월드컵 역사를 새롭게 장식했다. 부산 월드컵 축구장서 어젯밤에 가진 D조 한국 대표팀의 폴란드전 승리는 48년의 출전사상 첫 1승을 거둔 값진 수확이다. 온 나라가 지켜보는 가운데 서전을 승리로 장식, 16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날의 승리는 C조의 중국이 코스타리카에 0-2로 패하고, H조 일본은 벨기에와 2-2로 비겨 동양 3국 가운데 한국만이 유일하게 승리를 거머쥔 것이어서 더욱 높이 평가된다. 시종 땀을 쥐게한 90분은 한편의 감격적 대드라마였다. 대본은 없어도 히딩크 감독의 연출은 있었고 홍명보 선수를 비롯한 출연진의 활약은 눈부셨다. 아니 대본은 오로지 ‘승리’두자였다.
공격위주의 방어, 공수의 기민한 전환은 분명히 한국 축구의 괄목할 도약과 금자탑을 이룩했다. 위기를 반격의 실마리로 푸는 자신 넘친 게임 전개는 박진감을 갖게 하였다. 공격과 수비, 완급의 리듬을 살린 것은 가히 예술의 경지였다. 게임은 어느 팀이든 위기와 기회가 점철한다. 위기를 자물통 수비로 무산시키고 기회에 최선을 다할 줄 아는 게임 만들기는 곧 스포츠의 장인 의식인 것이다.
전반 26분 33세노장 황선홍 선수의 회심에 찬 논스톱 왼발 슛이 폴란드 골 망을 경련시킨 것은 세트플레이가 성공한 그림같은 작품이다. 후반전 유상철 선수의 대포알 같은 강슛 역시 일품이었다. 기동력으로 미드필드를 장악, 파상적 공격을 퍼부어 폴란드 진영을 당황케 한데는 온 몸을 던지는 육탄 공격의 투혼 또한 크게 작용했다. 나라 안팎의 국민을 긴장과 환성으로 몰아넣은 월드컵 1승은 이제 시작이다. 16강, 8강의 길은 아직도 험난하고 공은 둥굴다. 강팀도 항상 이기지 못하고 약팀도 항상 약한 것만은 아닌 게 스포츠 세계의 승부다. D조의 나머지 경기인 미국과 포르투갈팀 역시 결코 만만하지 않다.
지구촌의 축구 도박사들은 한국팀의 승리를 그렇게 많이 점쳤던 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많은 투자와 피땀으로 이변 창출의 대가를 이미 지불했다. 그 결실을 이제 거둠으로써 세계를 잇따라 경악케 할 것이다.
동양에선 최초로 갖는 2002년 한·일월드컵 축구대회의 최대 이변을 창출하는 주역이 돼야 하는 것이다. 온 나라와 온 국민이 축구팬이 되어 하나같이 열광적 성원을 아끼지 않은 것도 그 주역의 한 몫이다. 월드컵 대표팀의 승리, 승리, 승리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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