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란 중앙집권적 통제로부터 벗어나 그 지역의 일은 그 주민 스스로 결정, 집행함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6·13지방선거로 곧 제3기 민선 자치가 출범하고 지자제가 정착단계에 들어가야할 시기에 아직도 중앙정부 권한의 지방분권화가 형식에 그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지방자치제가 미숙상태임을 방증한다.
그간 지방자치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리지만 대체적으로는 긍정적이다. 관료적 권위주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행정 서비스가 다양해졌으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자체의 노력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긍정적 측면이다. 반면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지자체끼리의 갈등, 인기주의의 행정, 지역 및 집단이기주의의 확산 등과 같은 부정적 측면도 함께 드러났다.
그러나 지방분권화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다. 21세기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국가전략적 차원에서도 지방자치의 정착은 시급한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자제의 전제조건인 자치여건은 상당부분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과거 중앙집권시대의 법령 제도와 관행도 아직 정비되지 않았다.
최근 행자부 지방이양추진위원회가 조사한 법령상 국가사무 중 지방으로 이양되어야 할 사무는 2천200여건에 달한다. 그동안 중앙부처가 국가사무의 지방이양작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고 하나 아직도 지자체가 관장해야 할 권한과 사무를 상당부분 움켜쥐고 있는 것이다. 혹시 중앙부처의 권한이양 지연이유가 그동안 철저한 중앙집권체제에서 몸에 밴 권위주의와 독점의식에서 비롯됐다면 이는 지자제 발전을 위해 지극히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지자체들의 미숙성을 구실로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대해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시도라면 이 역시 단연코 경계해야 할 일이다.
지방자치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우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업무분할이 명확해야 하고 조직과 인사의 자율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같은 이유에서 자치권 확대를 위한 관계법령의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그러나 지방자치의 정착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의식의 개선이다. 아무리 중앙의 권한이 지방으로 이양된다 하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운용할 단체장의 능력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헛일이다. 주민이 어떤 대표를 뽑느냐가 지방자치를 제대로 할 수 있느냐의 중요한 열쇠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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