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당권파가 말하는 제2쇄신안은 부질없다. 거국내각 구성은 당의 소관이 아니지만, 설사 청와대에서 들어줘도 내각이 정치적 승부처가 되는 단계가 아니다. 아태재단 헌납, 김홍업씨의 검찰 자진출두, 김홍일의원 탈당 등을 다시 공론화했다. 다 맞는 말이긴 하나 이도 때가 너무 늦었다.
민주당은 김대중 대통령의 탈당에도 이 정권의 실정과 비리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김심의 적자’란 사실 또한 부인되기 어렵다. 이에 대한 업보를 당과 후보가 애써 떼어낸다고 하여 떼어지는 것이 아니다. 노무현 캠프 일각에서 제기되는 DJ밟고 넘어가기를 한다해도 사리에 변화가 있을 수 없다.
제2의 쇄신 논란은 지방선거 후의 책임 전가를 위한 포석으로 관측된다. 대선을 이대로 치르기가 곤란하다는 게 당에 갖는 후보진영의 불만이다. 한화갑 대표가 노 후보를 위해 아무리 진력해도 후보측에서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지않는 여러가지 정황으로 보아 그렇게 판단돼 왔다. 더욱이 정치권은 월드컵 축구대회가 끝난 7월쯤이면 어떤 지각 변동이 있을 조짐이 다분하다. 이 와중에서 후보 교체론과 정계 개편론이 당내에서 맞물릴 가능성 또한 배제하기 어렵다. 장차 당과 후보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상관할 바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있다. 민주당이 지금의 틀을 그대로 지키고자 한다면 잔꾀정치로는 안된다. 예컨대 제2의 쇄신안 따윈 시효가 지나도 한참 지난 묵은 처방이다. 민주당이 말하지 않아도 대개는 그렇게 될 것으로 알기 때문이다. 아직도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위기감을 가지면서도 대처가 안일한 것은 정신을 덜 차렸다는 것 밖에 안된다. 당이 더 DJ의 사당처럼 보이고 후보의 수사가 진지하지 못해서는 정치적 이득을 기대하기 어렵다. 예를들어 노 후보가 “판사와 국회의원과 장관까지 지낸 나를 검증하려 든다면 짜증이 난다”는 말 같은 건 더 해서는 안된다. 당은 실정과 비리로부터 도피하려 할수록이 더 무책임해진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당이나 후보나 모두가 책임지려는 자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국민에 대한 사과 한마디 들어보지 못했다. 민주당이 진실로 국민을 두렵게 안다면 과거의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고 용서를 구하는 데서부터 재출발 해야한다. 민주당이 요구받는 당면 과제는 자체의 변화다. 후보 역시 예외 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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