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 초지동 정인수씨

살인혐의로 구속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60대 남자가 교도소 출소 후 장애인들에게 미술과 서예를 지도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안산시 초지동 정수안씨(69)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정씨는 매주 화·목요일이면 어김없이 혼자의 힘으로는 움직일 수 조차 없는 1급 지체장애인 6명의 가정을 일일이 방문, 차량으로 자신의 17평짜리 임대아파트로 데려온 뒤 점심을 제공하고 오후 1∼4시까지 미술과 서예를 지도해 주고 있다.

또 부인 오동심씨(54)는 이들에게 시를 가르치지만 오씨 역시 하반신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1급 지체장애인이어서 정씨의 노고는 더욱 크지만 한번도 이 일을 거르지 않고 있다.

정씨는 또 화·목요일을 제외하곤 안산지역 장애인들의 발이 되기 위해 차량봉사를 하고 있다.

서울이나 수원 등지로 가고 싶어도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들을 자신의 차에 태워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것이다.

정씨가 장애인들과 고락을 함께 하게 된 계기는 지난 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치과의사였던 정씨는 가정불화로 아내를 살해, 급기야 구속됐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청주교도소에 수감됐다.

평소 그림에 관심이 많던 정씨는 수감생활 중 그림과 글씨공부에 매달렸고 특히 장애인들을 위한 각종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너섰다.

그러던 중 지난 93년 지금의 아내 오씨가 쓴 시를 보고 감동을 느껴 편지 한통을 보냈고 이후 둘의 만남은 시작됐으며, 2000년 8월 청주교도소에서 옥중결혼식까지 올리게 됐다.

오씨는 출산과정에서 하반신이 마비된 이후 남자로부터 버림받아 30년 가까이 홀로 어려운 생활을 해왔다.

정씨는 결혼 후 근면 성실한 수형생활을 인정받아 지난해 8월15일 정부특사로 출감, 본격적인 제2의 인생을 살기 시작했다.

“과거의 죄를 반성하고 장애인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여생을 이들을 위해 몸바치기로 했다”며 “장애인들이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겠다”고 말했다./안산=최현식기자 hschoi@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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