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의 연속이다. 유럽의 강력한 우승 후보들이 연일 일격을 당해 비틀댄다. 프랑스는 세네갈에 1패를 당한 뒤 우루과이와도 비겨 16강 탈락의 위기에 처했다. 이탈리아는 1승을 따 순항하는가 싶더니 크로아티아에 역전패 당했다. 크로아티아는 유고슬라비아 연방이었던 인구 5백만여명의 남슬라브족 국가다.
그런가 하면 역시 우승후보 포르투갈이 미국에 1패를 당하면서 한국이 속한 D조를 갑자기 사생결단의 혼전 속으로 몰아 넣었다. 한국이 미국 포르투갈과 모두 비겨 1승2무로 승점 5를 기록하면 조2위로 16강 진출이 가능하나, 만약 두 나라에 1승1패로 승점 6이 되면 16강 진출이 유력하면서도 골 득실을 예상할 수 없어 복잡해진다. 물론 3전승이거나 2승1무면 대망의 조1위로16강에 무조건 진출한다.
우리 대표팀이 폴란드와 가진 1차전 승리에 이어 오늘 갖는 미국과의 2차전은 이래서 더욱 중요하다. 자력 진출의 발판을 굳히기 위해서는 이기고 보아야 한다. 미 본토에서는 경기가 야간 시간대 인데도 실황중계를 기다리는 미 국민들이 많다. 경기를 갖는 대구 월드컵구장에 직접 나가 열띤 응원을 벌이는 미국인들 또한 상당수에 이를 것이다. 사정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경기가 시작되는 시각이 오후 3시30분이므로 아예 오후 한나절을 휴무하는 업체 등 직장이 많은 것으로 들린다.
오늘은 사실상 ‘월요의 토요일’이 될 정도로 한·미전에 갖는 관심과 열기가 뜨겁다. 그러나 뜨거운 성원과 무지한 행동은 구별된다. 행여 감정에 치우쳐 이성을 잃는 행위가 있어서는 참된 나라사랑이라 할 수 없다. 스포츠 게임은 어디까지나 스포츠 게임이다. 잉글랜드가 숙적 아르헨티나를 1-0으로 격침시킨 게임을 가리켜 ‘스포츠 이상이었다’고 말하지만 이 역시 스포츠 게임에 그친 것을 두 나라 국민들은 잘 보여 주었다.
미2사단 캠프에서 한국군 카투사들과 미군들이 공동응원단을 구성, 서로가 페어 플레이를 다짐한 것은 참으로 좋은 본보기다. 또 경기장마다 한국인 서포터스가 국경을 초월한 응원을 벌이고 있다. 인구 4백만여명의 코스타리카 선수들은 이같은 응원에 감격했다. 경기장에는 우리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붉은 악마’의 응원단이 있지만 남을 응원하는 서포터스의 조직적인 응원도 있어 국제사회의 민간사절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과의 대전에서 승리를 기약하는 것과 아울러 서로가 잘한 대목에서는 서로가 격려하는 장·내외의 페어 플레이십이 발휘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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