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는 6·13지방선거의 낮은 관심도를 2002년 한·일 월드컵축구대회 열기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그게 아니다. 한국팀이 폴란드팀을 2대0으로 완파하고 미국팀과는 1대1로 비기는 등 온 국민을 신명나게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정치불신이다. 대선 전초전이라는 성격때문에 지역일꾼을 뽑는다는 본래의 취지가 퇴색한 지 이미 오래됐을뿐 아니라 어느 정당 어느 후보할 것 없이 거의가 저질 선거운동을 공공연히 벌이고 있어 거듭 식상했기 때문이다.
4년전 자신들의 손으로 뽑은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들이 거의 비리에 연루돼 구속되거나 조사받는 마당에 지방선거에 무슨 관심이 있겠는가.
아직 역사가 길지 않은 우리 지방자치제도의 정착과 발전을 위해서라도 지방선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구태여 풀뿌리 민주주의를 재론하지 않더라도 지방선거는 총선이나 대선과는 여러 면에서 구별된다. 지역을 위해 일할 일꾼을 뽑는데 왜 대통령 후보들이 당원들과 무리지어 전국을 돌아다니며 혼란스럽고 짜증스럽게 만들고 있는가.
애당초 월드컵축구대회 및 농번기와 겹치는 등의 문제로 지방선거를 앞당기거나 뒤로 미루자고 했는데도 당리당략만 앞세운 나머지 이 지경이 됐으니 서로 누구를 탓할 수도 없을 것이다. 청중이 없어 후보자 연설회를 취소할 정도라니 민망스럽다. 투표율이 사상 최저인 40%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것도 이변이 아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역대 선거투표율은 1995년 제1기 지방선거 당시 68.4%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1998년 제2기 지방선거 때는 52.7%로 떨어졌고 올해의 경우 선관위가 최근 유권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투표의향 조사에서도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는 42.7%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과거 실제 투표율이 선관위 투표의향층 조사의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비율보다 낮았었음을 비교할 때 40 %에도 못 미칠 것 같아 심히 우려된다.
그러나 지방자치의 성패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여부에 따라 좌우된다. 지방선거에서도 인물검증이나 정책 검토가 필요하다. 후보자의 정책은 커녕 이름도 모르고 찍을 수는 없다. 유권자들은 오늘 하루만이라도 선거공보나 인터넷에 공개된 선관위 홈페이지 등을 통해 후보자들의 면면을 파악한 후 지역일꾼은 내 손으로 선출해야 한다. 투표도 애국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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