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을 위기에서 구하라’ 조커들의 맹활약

‘내가 최고의 해결사다.’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조별리그가 막판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결정적일 때한방을 터뜨리는 ‘조커’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조커’는 벤치에서 칼을 갈고 있다가 어려움에 빠진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거나 경기의 국면을 전환시키라는 감독의 특명을 받고 교체투입되는 해결사.

조커 기용이 성공할 경우 감독은 용병술을 인정받고 조커 또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이번 월드컵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조커로는 페르난도 모리엔테스(스페인), 넬손 쿠에바스(파라과이), 안정환(한국)이 맨 앞에 꼽힌다.

이번 대회 개막을 앞두고 마무리 훈련 도중 오른쪽 발목을 다치는 바람에 주전공격수에서 ‘변속기어’로 보직을 급변경한 모리엔테스는 파라과이와의 2차전 후반에나와 2골을 뿜어내며 팀이 3대1로 역전승하는 데 기여했다.

모리엔테스는 당시 0대1로 뒤지던 상황에서 그림같은 헤딩 동점골을 뽑은 뒤 추가골까지 엮어내 스페인의 16강 직행을 견인했다.

모리엔테스는 A매치 22경기에 출전, 16골을 터뜨리는 가공할 득점력으로 라울, 디에고 트리스탄과 함께 50년 브라질월드컵 당시 스페인의 ‘4강신화’를 재현할 주인공으로 평가받고 있다.

모리엔테스가 준비된 해결사였다면 쿠에바스는 혜성처럼 등장해 팀을 벼랑에서 구한 구세주다.

파라과이의 조별리그 두경기에 나오지 못했던 쿠에바스는 마지막 슬로베니아와의 경기에 후반 교체투입돼 귀국행 보따리를 꾸릴 뻔 했던 팀을 극적으로 2라운드에 올렸다.

이전까지 A매치에서 단 1골도 기록치 못하던 쿠에바스는 0대1로 뒤지던 후반에 교체해 들어가자 최전방에서 종횡무진하다가 동점골에 이어 추가골을 넣어 파라과이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다득점에서 누르고 16강에 오르는 주역이 됐다.

안정환도 조커로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선수.

4월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 후반에 나와 순식간에 2골을 몰아쳐 한국의 4대1 대승을 이끈 안정환은 미국전에서도 해결사의 끼를 맘껏 과시했다.

한국은 전반에 선취골을 허용,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지만 후반에 투입된 안정환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환상의 백헤딩슛으로 동점을 만들어 최고의 해결사임을 입증했다./월드컵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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