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러시아
‘너를 밟아야 내가 산다’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H조에 속한 러시아(1승1패·승점3)와 벨기에(2무·승점2)가 14일 시즈오카월드컵경기장에서 양보할 수 없는 일전을 치른다.
두 팀 모두에게 패배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사생결단의 승부다.
조 2위 러시아는 비겨도 16강에 오르지만 같은 시간대에 오사카에서 일본과 튀니지가 맞붙어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처지.
또 조 1위로 올라가야 16강 상대로 유력한 브라질을 피할 수 있지만 절박한 심정은 벨기에도 마찬가지다.
벨기에는 6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유럽축구의 감초.
하지만 94년 미국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패한 사우디아라비아전 이후 7경기(5무2패)에서 1승도 올리지 못해 체면이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사활을 건 일전에 두 팀은 베스트 11을 총 출동시킨다.
러시아는 원톱에 컨디션 난조에 빠진 붙박이 블라디미르 베스차스트니흐 대신 일본전에서 선발로 나선 루슬란 피메노프와 드미트리 시초프를 넣고 부상으로 빠졌던 미드필더의 핵 알렉산데르 모스토보이에게도 출격 지시를 내려놓았다.
모스토보이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열에 가세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안드레이 솔로마틴-유리 니키포로프-빅토르 오놉코-유리 콥툰으로 짜여진 포백수비가 공격의 파괴력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맞서는 벨기에는 웨슬리 송크나 브랑코 스트루파르를 원톱으로 세우고 마르크 빌모츠를 처진 스트라이커로 내세워 골가뭄 해갈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벨기에는 바르트 호르와 헤르트 베르헤옌의 좌·우 날개에 탄력이 붙었고 티미 시몬스와 이브 반데르하그가 이끄는 허리에서의 압박 강도가 높아져 해볼 만하다는 표정이다./월드컵 특별취재반
미국-폴란드
미국과 폴란드가 어쩌면 한국의 16강 진출의 운명을 가를 지도 모를 A조 조별리그 마지막 한판 승부를 12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다.
이 경기에서 만약 미국이 폴란드에 패한다면 한국은 포르투갈에 지더라도 골득실, 다득점 등을 따져 결승 토너먼트 진출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2연패로 이미 2라운드 진출이 좌절된 폴란드가 갈수록 탄탄한 조직력을 뽐내며 1승1무를 거두고 있는 미국의 발목을 잡는 것은 그리 간단치 않아 보인다.
우선 미국은 한국이 폴란드를 제압했던 것처럼 강력한 압박과 빠른 스피드를 주무기로 하는 팀이어서 폴란드에게는 힘겨운 싸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기에 부상에 시달리던 플레이메이커 클로디오 레이나와 스트라이커 클린트 매시스가 한국전에서 건재를 자랑한데 이어 허벅지를 다쳐 한국전에 결장했던 어니 스튜어트도 제 컨디션을 회복해 출격을 기다리고 있는 등 최상의 전열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16년만에 진출한 월드컵에서 전패의 위기에 몰린 폴란드가 호락호락하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두 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친 폴란드는 에마누엘 올리사데베를 중심으로 좌우에 파베우 크리샤워비치와 마치에이 주라브스키를 배치하는 3톱 카드를 포르투갈전에 이어 다시 한번 꺼내든다.
또한 포르투갈에 4골을 내주는 등 두 경기에서 6골이나 허용하며 자존심을 구긴 예지 두데크 골키퍼도 자존심 회복을 벼르고 있고 경기장을 가득 메울 한국팬들도 이날은 폴란드의 든든한 서포터스가 된다.
“우린 비록 탈락했지만 반드시 미국을 꺾어 한국의 16강 진출을 돕겠다”는 두데크의 선언과 “미국전만큼은 명예롭게 마무리하겠다”는 예지 엥겔 감독의 말이 현실로 나타나기를 국내 팬들은 바라고 있다./월드컵 특별취재반
일본-튀니지
공동개최국 일본이 조별리그 마지막날인 14일 오사카 나가이경기장에서 벌어질 튀니지전에서 승리의 축배를 준비하고 있다.
H조 1위 일본으로서는 비기거나 1골차로 져도 조 2위가 되고 상대는 1무1패로 꼴찌인 튀니지라서 16강 진출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벨기에와 첫판을 아깝게 비긴 일본은 지난 9일 러시아를 1대0으로 꺾은 다음날 벨기에와 튀니지가 비기자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듯 전국이 축제 열기에 휩싸여 있다.
러시아를 꺾어 8부능선을 돌파한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은 이에 대비해 튀니지전에서 베스트 라인업을 풀가동한다. 터키나 코스타리카에 대비하려는 전략이다.
따라서 왼무릎 통증으로 빠졌던 센터백 모리오카가 다시 주전을 맡고 골키퍼 가와구치가 처음 골문을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플레이메이커 나카타 대신 이나모토가 공격의 물꼬를 트는 변칙카드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나모토는 2경기에서 잇따라 득점포를 쏴 상대의 집중견제에 시달린 나카타와 대조를 보였다.
여기에 나기사와-스즈키 투톱의 쌍포도 오랜 침묵에서 벗어나 대량득점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카르타고의 독수리’ 튀니지는 결코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 오히려 상승세를 발판 삼아 일본을 2골차 이상으로 꺾고 16강에 올라 자존심을 곧추세우겠다는 각오다.
벨기에전에서 튀니지는 원톱 자지리의 빠른 발과 드리블을 앞세운 중앙 돌파로 부제뉴의 프리킥 동점골을 만들어내는 등 공수에서 짜임새 있는 조직력을 과시하며 벨기에의 혼을 빼놓았다.
자지리가 문전을 휘젓고 멜키와 셀리미의 좌우 날개가 살아난다면 아프리카 예선 10경기에서 28골을 터트린 공격력이 뒤늦게 폭발할 수 있다./월드컵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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