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세계 축구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이는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이 포르투갈을 1대0으로 꺾고 월드컵 본선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뤄내는 순간 세계 축구전문가들이 쏟아낸 평가다.
월드컵 본선 16강 진출, 엄밀히 말해 결승토너먼트 진입은 32개 본선 진출팀 가운데 16개 팀을 가려내는 첫 관문을 통과한 것이어서 얼핏 보면 극히 미약한 성과에 불과하다.
그러나 조별리그는 대륙별로 주어진 본선 티켓을 차지한 각 대륙의 강팀들이 뒤섞여 경쟁하기 때문에 본선진출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이를 통과하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특히 본선 참가국 수가 16개에서 24개로 늘어난 82스페인대회 이후 98프랑스월드컵까지 5개 대회에서 첫 라운드를 통과한 팀 수는 35개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세계 축구의 양대 축인 유럽과 남미가 싹쓸이하다시피 했었다.
더욱이 역대 대회를 통틀어 아시아팀이 2라운드에 진출한 경우는 북한(66 잉글랜드대회)과 사우디아라비아(94 미국대회) 밖에 없었다는 사실 역시 한국이 공동개최국 일본과 함께 통과한 이번 대회의 성과가 얼마나 값진 것인 지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
결국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이뤄낸 사상 첫 16강 진출은 한국 축구가 아시아의 좁은 울타리를 넘어 세계축구의 중심 쪽으로 본격적인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또 54년 2패, 86년 1무2패, 90년 3패, 94년 2무1패, 98년 1무2패 등 결승토너먼트 진출은 커녕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던 한국축구의 초라했던 역대 성적표를 감안할때 한국축구사에 큰 획을 그은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축구가 이번 성과를 발판으로 앞으로 국제무대에서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점.
또 오랜 숙원을 현실화한 태극전사들의 유럽 빅리그 진출도 잇따르고 관중없이 치르던 프로축구도 활성화되는 등 앞으로 한국축구 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월드컵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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