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미래?

민주당이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당의 진로를 두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민주당 스스로가 선택할 문제에 관여할 마음은 없다. 그러나 객관적 관점이란 건 있다.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노무현 대통령후보의 선대위 중심으로 당 운영을 재편하는 것이다. 이는 노 후보의 평소 생각이기도 하다. 이렇게 되면 당 대표등 공식기구는 사실상 식물화 한다. DJ차별화 등 진로 또한 후보의 재량에 맡겨진다.

또 하나는 노무현씨가 후보를 사퇴하고 제2 창당으로 가는 길이다. 이 과정에서 다른 정치세력과 연대를 모색할 수도 있다. 민주당 내에서 거론된 노 후보 재신임 절차는 신임을 묻는 자리가 어떤 것이든 의미가 없다. 모양새 가꾸기 만으로는 설득력이 빈곤하다. 신임을 묻겠다던 노 후보나 신임 논의를 말하는 측이나 모두 후보를 내놔야 한다고 믿는 생각은 조금도 있는 것 같지 않다. 그저 형식적 요식행위로 치부해

보이는 게 객관적 판단이다.

제3의 방안으로 노 후보 선대위 중심에 외부의 정치세력을 끌어들이는 것을 가상할 수 있겠으나 이는 현실성이 있을 것 같진 않다. 오히려 후보중심이 되면 비주류측에 이탈 명분을 줄 가능성이 매우 짙다. 민주당은 아직도 지방선거의 참패 요인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 것 같다. 대처 방안을 놓고 각 계파가 자기 좋을대로 생각하고 있는 게 이때문이다.

노 후보가 어제 전격 제의한 ‘8·8 재·보선후 후보 재경선’도 알고보면 자신의 책임하에 재·보선을 치르겠다는 것 밖에 안된다.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문제는 일단 덮고 넘어가면서 차제에 당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다. 불과 며칠전 “재·보선은 어디까지나 재·보선일 뿐이다”라며 소극적 입장을 취했던 것과 또 다르다. 8·8 재·보선후의 거취표명 역시 믿을 수 없는 것으로 보는 당내 일각의 분위기엔 이래서 이유가

있을법 하다. 민주당이 이대로 재·보선을 맞아 얼마나 선전할 것인지조차 의문인 것이다. 책임은 실종되고 대책은 없는 가운데 난파가 우려될 정도로 마냥 표류하는 것이 작금의 민주당이다. DJ당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은 일찍이 민주적 운영 질서에 숙련되지 못한

탓이다.

버릴 것을 버리지 못하고는 그 어떤 것도 더 얻을 수 없다. 민주당은 과감한 변화가 두려워 아직도 미봉책에 급급하는 자신들의 모습이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칠 것인가를 헤아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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