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대표팀의 스트라이커 설기현(23·안더레흐트)이 기어이 일을 냈다.
설기현은 18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탈리아와의 한일월드컵 16강전에서 0대1로 뒤져 패색이 짙던 후반 43분 황선홍의 패스를 이어받아 천금같은 왼발 동점골을 성공시키며 영웅으로 떠 올랐다.
이 한방으로 설기현은 지난 10일 미국과의 조별리그 두번째 경기에서 여러차례 득점찬스를 놓쳤던 아쉬움을 만회하며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 석자를 알리는 동시에 부진에도 불구하고 자신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않았던 히딩크 감독에게 보은했다.
설기현은 올해 월드컵을 앞두고 여러모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설기현은 월드컵을 코앞에 두고 불청객처럼 다시 찾아온 허리부상과 싸우는 한편 소속팀에서 규칙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탓에 떨어진 감각을 끌어올리느라 올초부터 한동안 악전고투했다.
하지만 골가뭄에 시달렸던 올초 북중미골드컵을 마친 뒤 “설기현이 합류하면 달라질 것”이라고 말할만큼 그를 신뢰했던 히딩크 감독은 그에게 끊임없이 기회를 부여했다.
설기현은 대표팀 공격수 중 가장 뛰어난 체력과 넓은 활동반경을 자랑하는데다 몸싸움 능력과 수비가담능력 또한 수준급이기 때문에 유럽의 강인한 수비수들을 상대할 수 있는 파워를 갖춘 스트라이커기 때문이었다.
설기현은 타고난 재능보다는 끊임없는 노력을 바탕으로 성공한 대기만성형 선수다.
초등학교 4학년때 축구에 입문, 주문진 중-강릉상고를 거쳐 광운대에 입학한 설기현은 98년 19세이하 아시아청소년선수권 멤버였지만 당시 이동국과 김은중(대전)에 가려 있었고 99년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도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일약 차세대 간판 스트라이커로 떠 오른 것은 지난 2000년 초 오세아니아주 전지훈련때 4경기 연속골을 잡아내면서부터.
당시 설기현은 유연한 드리블과 가무잡잡한 피부, 큰 키 등 여러모로 브라질의 슈퍼스타 히바우두(바르셀로나)를 닮았다고 해서 얻어진 별명인 ‘설바우두’를 팬들에게 확실히 심으며 스타로 떠 올랐다.
2000년 8월 벨기에 1부리그 앤트워프로 진출하면서 축구인생의 첫 장을 화려하게 꽃피웠다.
단번에 주전자리를 꿰찬 설기현은 6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는 등 맹활약을 펼쳐 지난해 여름 벨기에 최고 명문인 안더레흐트로 이적하더니 8월에는 챔피언스리그에 한국인으로서는 처음 출전, 득점까지 하는 영광을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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