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용병술 8강신화 원동력

거스 히딩크 감독의 ‘멀티포지션 플레이어만들기’가 결정적인 순간에 천금같이 빛났다.

한국이 18일 FIFA랭킹 6위로 이번 월드컵 우승 후보인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어 낸 것은 히딩크 감독이 숱한 비난 속에서도 추구해온 멀티플레이어 만들기가 성공한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날 히딩크 감독이 먼저 꺼내든 카드는 최전방에 설기현-안정환-박지성 스리톱을 둔 3-4-3시스템으로 일반의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이날 전반 크리스티안 비에리에게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가자 히딩크 감독은 후반 17분 수비수 김태영을 빼고 황선홍을 투입해 왼쪽에 설기현, 중앙에 황선홍, 오른쪽에 안정환이 나서는 새 스리톱을 구성해 변화를 줬다.

이때 안정환은 중앙에서 자신이 몇차례 테스트를 받았던 오른쪽 날개 포지션으로 옮겼고 박지성은 자신이 지난해까지 주로 맡았던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려왔으며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출장한 유상철은 왼쪽 수비수로 옮겨가는 등 일차적인 재편이 있었다.

뒤이어 후반 20분 수비형 미드필더 김남일이 발목부상으로 나가자 히딩크감독은 그 자리의 대체선수를 투입하는 대신 왼쪽 날개가 전공인 이천수를 투입한 뒤 그에게 한때 부전공이었던 중앙공격형 미드필더의 임무를 맡기는 파격을 단행했다.

히딩크 감독의 기막힌 용병술은 후반 37분 수비의 핵인 홍명보마저 빼고 차두리를 투입하는 장면에서 절정을 이룬 가운데 한국은 설기현, 황선홍, 안정환, 차두리, 이천수 등 공격요원 5명으로 총공세를 감행했다.

결국 잇단 전형의 변화속에 위치를 옮겨야 했던 선수들이 모두 제 역할을 해 냄으로써 가능했던 이날의 드라마는 한 선수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해 내도록 유도했던 히딩크 감독의 전천후 선수 만들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선 대표팀의 시스템을 튼튼히 구축해 놓은 다음 한 선수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도록 함으로써 부상과 전형의 변화 등 돌발적 상황에 완벽히 적응하도록 만들었던 그의 혜안이 빛을 발한 날이었다./월드컵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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