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가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각 팀 감독들의 얄궂은 운명이 화제를 낳고 있다.
16강과 8강 문턱에서 살아남아 있는 사령탑들이야 결전을 남겨두고 있어 상관이 없지만 조별리그와 16강전에서 탈락한 감독들은 대부분 쓸쓸한 본국행과 더불어 자신들의 거취까지 결정해야 하는 절박한 사정에 놓여 있다.
세계 최강을 자부하다 참담한 성적표를 안고 귀국한 프랑스의 로제 르메르 감독은 ‘아트사커의 전령’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스타일을 구겼다.
르메르 감독은 프랑스축구연맹과 여론의 경질압력에 저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축구계 내부에서는 차기 감독으로 필리프 트루시에 일본대표팀 감독과 장 티가나 풀햄 감독, 전 대표팀 주장 디디에 데샹을 이미 물망에 올려놓고 있다.
당초 유임 쪽으로 기울던 포르투갈의 안토니우 올리베이라 감독도 조별리그 탈락의 불명예와 함께 경질쪽으로 가닥이 잡혀 퇴출위기에 직면했다.
어차피 계약직으로 ‘파리목숨’에 가까웠던 용병감독들은 깨끗하게 신변을 정리하고 떠났다.
이탈리아 출신의 명장 세사레 말디니 파라과이 감독은 이탈리아리그 명문클럽인 AC 밀란의 스카우트로 변신해 남은 축구인생을 보내겠다며 거취를 정리했다.
‘16강 청부사’ 보라 밀루티노비치 중국 감독도 세계의 높은 벽에 실패를 맛보더니 “당분간 쉬고 싶다”며 홀연히 떠난 상황.
우루과이의 빅토르 푸아 감독은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다음날 곧바로 사퇴의사를 표명했고 죽음의 조에서 침몰한 나이지리아의 아데그보예 오니그빈데 감독은 협회의 외국인 감독 영입 방침에따라 경질이 기정사실화 됐다.
실패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신임을 받아 지휘봉을 유지한 감독이 있는가 하면 떠나려는 소매 깃을 붙잡혀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감독도 있다.
이번 대회 첫 퇴장 감독인데다 간판 스트라이커 즐라트코 자호비치와의 불화로 마음고생이 많았던 슬로베니아의 슈레치코 카타네츠 감독은 미련없이 감독직을 내놓겠다고 선언했지만 축구협회가 극구 만류하고 있다.
브라질 출신으로 코스타리카에 귀화한 알렉산데르 기마라에스 감독도 재신임을 얻은 상태고 아일랜드의 마이클 매카시 감독도 2년간 계약을 연장해 입지를 재구축했다.
독일 출신의 빈프리트 셰퍼 카메룬 감독도 일단 2년간 계약을 연장키로 해 계속 지휘봉을 잡고 있고 튀니지의 아마르 수아야 감독은 2004년까지 대표팀을 맡기로 했다./월드컵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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