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까, 떠날까?’가파른 상승세를 유지했던 한국이 독일에 패해 결승행이 무산됨에 따라 거스 히딩크 감독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세계적 명장다운 지도력으로 한국에 월드컵축구대회 첫 승과 16강의 짜릿한 선물을 안긴 데 이어 아무도 예상치 않은 8강, 4강의 신화까지 창조, 영웅이 된 게 사실이다.
그의 지도철학은 정치, 경제 등 다방면에서 응용되면서 이른바 ‘히딩크 신드롬’을 낳았고 국민 대다수는 히딩크 감독이 가깝게는 부산아시안게임, 멀게는 2006년 독일월드컵까지 대표팀 지휘봉을 계속 잡아 줄 것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강한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휘어잡는 히딩크 감독의 진가를 새삼 확인한 세계 유수 클럽도 물밑에서 영입 작업을 펴고 있는 등 그가 계속 대표팀을 맡을지 아니면 손을 놓을 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떠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다소 유력한 상황이다.
히딩크 감독의 잔류 여건은 이미 형성돼 있다.
귀화까지 추진하자는 글이 각 인터넷사이트마다 폭주하는 등 애정을 보내고 있고 정부에서도 히딩크 감독이 국위를 선양해준 점을 감안, 명예국적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또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도 대회 개막전 “히딩크 감독이 16강을 이루면 계속 맡아달라고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밝히는 등 축구협회 차원에서도 그를 붙잡아두기 위한 묘책을 찾고 있다.
그러나 정작 히딩크 감독 본인은 확답을 주지않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노하우를 충분히 전달, 한국축구의 수준을 세계강호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끌어올렸고 목표도 초과달성하는 등 ‘할일은 다했다’는 판단을 했을가능성도 없지 않다.
스페인의 명문 레알 마드리드가 손짓을 하고 있다는 설이 제기된 데 이어 조국 네덜란드의 PSV 에인트호벤이 영입을 원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이러한 추정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히딩크 감독은 지난 21일 “대회 개막전에 접촉을 해온 사람이 있으나 ‘월드컵에 전념하고 싶다’고만 했다”며 여기저기서 러브콜을 받고 있음을 시인했고 자신 또한 빅리그 감독직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런저런 정황을 종합하면 히딩크 감독은 생애 최고의 나날들을 보낸 한국과의 인연을 정리하고 더 큰 물로 떠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히딩크 감독은 자신을 강력히 원하는 한국에 계속 남을지 아니면 새로운 곳에서 검증된 지도자 자질을 또 한번 발휘할 지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질것으로 관측된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히딩크 감독이 오랫동안 국민의 마음속에 영웅으로 자리잡을 것은 분명하다./월드컵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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