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나비가 안보인다

白山

이른 아침의 어린이 놀이터는 텅 비었다 싱그러운 아침 공기속에 어린이들 대신 비둘기들이 찾아든다. 뒤뚱거리는 걸음걸이로 모래밭을 헤치며 뭔가를 열신히 쪼아 먹는다

아이들이 흘린 과자 부스러기같은 게 먹이가 되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모래밭속에 먹을게 뭐가 있는지 쉼없이 쪼아댄다.안타까운 것은 회색빛 비둘기 한마리가 오른쪽 발을 못쓴채 왼발로 뛰며 먹이를 찾는 모습이다.

사람 가까이 접근하기가 예사지만 그렇다고 잡을 요량이면 날아가 버릴테니 치료해 줄 엄두도 못내고 딱한 눈으로 바라만 보자니 여간 애잔한 게 아니다

참새도 찾아든다. 떼지어 찾는게 아니고 몇마리씩 날아들어 수가 예전같진 않으나 먹이를 찾아 모래밭을 쪼아댄다. 그런가하면 모래밭 튼새로 나온 개미 떼는 뭐가 그리 바쁜지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 이만저만 분줏한 게 아니다.

또 있다. 많진 않지만 잠자리도 가끔 눈에 띈다. 나비는 통 볼 수 없다. 농약살포,개발에 따른 서식지 파괴, 지구 온난화 등으로 많은 곤충들이 사라져 간다는 게전문가들의 얘기이긴 하다.

배추흰나비는 어디서나 많이 볼수 있었던 곤충이다 그랬던데 지난 10년새에 100분의 1로 줄었다는 것이다.

민들레 나 개망초등 야생화의 소멸로 곤충들 먹이가 모자란 것도 여러가지 이유 가운데 하나지만 정말 생태계 파괴가 이래가지고 되겠는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나비같은 곤충들이 살지 못할 환경이 면 언젠가는 인간도 살 수 없을 지경이 되기 때문이다.

지지대자 자신도 화경에 대한 의식을 말로만 외쳐왔다가 눈으로 학인한 자리가 이른 새벽의 어린이 놀이터인 것은 우연이다

나이 오십이 되면 어깨가 고장나게 마련이라는 ’오십견’이 오십이 넘어도 훨씬 넘은 나이에 뒤늦게 와 고생하는 게 계기가 됐다. 이 병원 저 병원 다 다녀도 별 효험ㅇ 없어 철봉에 매달리는 운동이 좋다고 하여 벌써 한달 넘게 철봉운동을 하는라고 집 가까운 벽산아파트 어린이 놀이터를 찾고 있는 것이다. 연이나 ’오십견’은 치유가 되지 않아 아프지만, 그때마다 만나는 비둘기며 참새며 개미떼들과의 말없는 대화가 즐거운 환경의 세계를 터득할 수 있는 것은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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