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의 기류가 또 심상치 않다. 민노총이 그동안 월드컵 열기에 묻혔던 장기파업 사업장에 대해 7월부터 지원 연대투쟁을 준비하는가 하면 대기업노조도 파업동참을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대회를 통해 분출된 국민적 에너지가 경제발전을 위한 동력으로 이어져야 할 시기에 노사갈등이 더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경기·인천노동계는 이미 지난 24일 전면 및 부분파업에 들어간 기아자동차를 비롯, 지난 5월말부터 의정부 성모병원과 인천지역 택시회사 등 50개 사업장(경기 17·인천 33) 2만여명이 파업중이며, 쌍용자동차(4천500명) 농협(1천명) 등이 7월부터 동참파업을 예고 하고 있다. 민노총 경기·인천지역본부는 주5일제 근무·임금인상·택시회사의 완전월급제를 관철시키기 위해 집회 등 대규모 투쟁을 벌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근로자들의 처우개선과 복지향상을 위해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조건을 제시하거나 세(勢)를 과시하는 것은 노조의 정당한 권리다. 또 경영자의 실책으로 묵묵히 일한 보람도 없이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직장을 떠나야 하는 등 억울하고 분통터지는 심정은 이해한다. 그러나 이런 이유 때문에 집단행동이 장기화 하거나 만에 하나 그 양상이 과잉·과격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민주노총등 노동단체도 근무자들의 집단행동을 부추겨 급기야 공장문을 닫게하거나 이로 인해 경제회복이 지연된다면 그에 대한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사용자 역시 근로자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얻기 위한 노력없이 손쉽게 공권력에만 의존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노사는 자제와 타협만이 노사가 함께 사는 길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물론 자제와 타협은 어느 일방에게만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서로 한발짝씩 양보하여 대화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지금 월드컵 축제속에서도 주가와 환율이 폭락하고 수출이 급감하는 등 경제에 붉은 신호등이 켜졌다. 노·사·정이 힘을 합쳐도 난국을 헤쳐나가기 어려운 형편에 서로 반목하고 갈등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월드컵기간중 보여준 국민의 일체감으로 한껏 높아진 국가 브랜드 가치가 노사갈등심화로 훼손되어서는 안된다. 이제 반목과 갈등을 초래하는 악순환의 고리는 단절돼야 하며 이를 위한 노사의 자발적 인식전환이 시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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