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무대일수록 주연보다 조연이 더 빛나는 법. 무21세기 첫 월드컵 결승도 전혀 예기치 못한 한방에 운명이 뒤바뀔 수 있다.
브라질과 독일은 서로 장단점을 속속들이 파악한 사이이다.
브라질은 미로슬라프 클로세의 머리에, 독일은 호나우두-히바우두-호나우디뉴 ‘3R’의 발끝에 온 신경이 곤두서있다.
피차 실점 요인을 최소화하고 득점포를 가동하려면 중원에서의 불꽃 튀는 격돌이 불가피하다.
주전 거포들이 강력한 압박에 발이 묶인다면 결국 월드컵 정상을 향한 물꼬는 대타에 의해 터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브라질은 루이장, 독일은 옌스 예레미스란 비장의 카드를 준비중이다.
루이장은 호나우두가 끝내 월드컵에 나서지 못할 상황에 대비해 스콜라리 감독이 공들여 키워놓은 스트라이커로, 골게터 호마리우를 대표팀에서 밀어내고 스콜라리호에 최종 승선했다.
베네수엘라와의 남미예선 최종전에서 2골을 뽑은 뒤 지난 3월 유고와의 A매치에서도 득점해 그에 대한 회의적인 여론을 반전시켰다.
이번 월드컵 본선에서는 터키와의 조별리그 1차전과 4강전에 잇따라 출전해 타고난 순발력과 정확한 위치선정 능력을 과시했다.
루이장은 ‘조커’로 나서 감각이 둔해진 탓에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호나우두가 후반 지칠 경우 그를 투입한다는 벤치의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
플레이메이커 미하엘 발라크가 경고누적으로 빠지는 독일은 예레미스란 믿음직한 대체 엔진을 가동한다.
예레미스는 경기의 흐름을 꿰뚫는 눈에다 완급 조절이 탁월한 수비형 미드필더로, 4년전 프랑스월드컵에서 3경기에 출전해 큰 경기에도 강하다.
위협적인 태클과 노련한 가로채기로 길목을 차단하는 개인기는 물론 전방에 정확하게 찔러주는 킬패스와 상대 허를 찌르는 중거리슛 감각도 지녔다.
루이장이냐 예레미스냐.
둘 중 누구의 발에서 ‘대타홈런’이 터질지는 알 수 없지만, 꿈의 월드컵 결승에서는 조연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비중이 크다는 점 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월드컵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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