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 결산/효율적 공격축구(2)

②효율적 공격축구

한일월드컵을 2년도 채 남겨 놓지 않았던 2000년 12월 네덜란드 출신의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국팀을 이끌 사령탑으로 결정됐을 때 많은 축구팬들은 그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그것은 히딩크 감독이 토털사커의 원조 네덜란드대표팀 감독이었다는 점에서 화끈한 공격축구를 한국에 심어 줄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팬들의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히딩크가 지휘봉을 잡은 2001년 한해 동안 한국대표팀의 경기에서 화려한 골세리머니를 그리 자주 볼 수는 없었다.

지난해 한해동안 한국의 전적은 8승5무5패.

이중 3골 이상의 소나기골이 터졌던 경기는 2월 두바이4개국대회 아랍에미리트연합과의 4대1 승리 뿐이었고 2골을 넘는 스코어는 한 번도 없었다.

여기다 대륙간컵 프랑스전과 체코와의 평가전에서 잇따라 0대5의 참패를 당하며 수비 불안마저 노출, 대표팀은 과연 히딩크 부임 이후 무엇이 달라졌느냐는 거센 비난에 부딪쳐야 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2002년 3월. 유럽전지훈련을 마치고 난 대표팀에서 마침내 히딩크 축구의 색깔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히딩크는 문전에서 의미없는 슈팅만 날리는 실속없는 축구보다는 미드필더를 장악하며 완벽한 득점찬스를 만드는 효율적인 축구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

이를 위해 히딩크는 공격수와 미드필더, 수비수가 각각 맡은 바의 임무만을 수행하던 기존 한국축구 스타일을 완전히 뜯어고치고 누구나가 공격수이자 수비수라는 개념을 선수들에게 확실히 심어 주었다.

올 3월 이후 평가전에서는 골문 앞에 버티고만 있던 공격수는 사라졌다. 공격수도 상대가 볼을 잡으면 끊임없이 따라다니며 괴롭혀야 했고 미드필드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완전한 찬스를 만드는 모습이 점점 늘어났다.

최용수, 이동국 등이 선발로 나서지 못하거나 탈락한 반면 올림픽대표팀 수비수였던 박지성은 강철같은 체력과 수비능력으로 오른쪽 날개를 꿰차 포르투갈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려 한국의 16강진출을 이끈 주역이 됐다.

히딩크의 경제적인 축구는 이번 월드컵의 기록에서도 나타난다.

한국은 6경기에서 6골을 기록, 함께 4강에 올랐던 브라질(15골), 독일(14골), 터키(7골)에 비해 골수에서 가장 떨어진다.

하지만 한국은 슈팅수에서 69회로, 가장 적은 슈팅을 날리면서도 34회의 유효슈팅을 기록하는 정교함을 보였다.

화려함은 없지만 실속있는 공격축구가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룬 비결이다./월드컵 특별취재반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