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건의키로 한 전면개각 발상은 당치않다. 명분으로 삼은 부패청산과 민심수습이 개각과는 거리가 아주 멀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완패한 게 내각에 기인한 것으로 볼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 부패 역시 내각차원의 책임은 아니다. 따라서 민심수습과 내각개편의 관련성은 매우 희박하다. 설사, 민주당의 요구대로 대통령이 내각을 전면 개편한다고 해서 일탈한 민심이 민주당으로 돌아서는 것은 아니다. 전에도 내각개편은 민심수습에 별 도움을 주지 못했다. 하물며 지금은 더 말할 게 없다. 흔히 말하는 덕망 인사나 청렴 인사란 대체적으로 보아 주관적 관점일 뿐, 국정운영에 기여한 예가 얼마나 있었는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현 각료중 당적있는 사람은 당적을 이미 정리했고 대부분은 당적이 없었던 비정치권 출신들이다. 내각을 유지하느냐, 새로 구성하느냐 하는 효율성 문제는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 ‘개각은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라며 민주당에 불쾌한 반응을 보인 청와대측 말엔 이래서 이유가 없지않다. 청와대를 비판하기에 주저치 않은 본란이지만 시비를 가리자면 민주당의 잘못이 크다.
또 대통령중심제에서는 원천적으로 개각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이때문에 민주당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에서도 걸핏하면 제기하곤한 거국내각이니 하는 내각개편 주장도 공허한 정치공세임을 지적해왔다.
민주당의 내각개편 건의가 DJ 차별화 일환으로 여긴다면 뭔가 단단히 잘못 생각하고 있다. 이 정권의 실정과 부패가 당의 민심이반을 가져 온 데는 민주당도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잘했고 DJ 혼자서만 잘못했다고 볼 국민은 아마 있을 것 같지 않다. 당에선 누구 하나 책임지려는 사람 없이 다 DJ탓으로만 돌리는 듯한 DJ청산은 공당으로서 떳떳하지 못한 자세다. 부패청산 민심수습책의 당치않은 내각개편 건의란 게 이른바 노무현 후보 중심의 체제에서 거론된 것은 매우 주목할 대목이다. 이제와서 새삼 대통령을 윽박지르는 모양새를 보인다고 하여 당의 이미지가 달라져 보이는 게 아니다.
그보단 노 후보 자신이 민주당 정권에서의 책임을 어떻게 지겠다는 자성을 보이는 게 더 중요하다. 지방선거 패배는 노 후보의 불안한 언행 또한 적잖게 작용했음을 성찰할 줄 알아야 한다. 개각은 대통령의 임의에 속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개각이 민주당의 플러스 요인은 아니다. 민주당 스스로가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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