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山
북측 경비정이 쏜 85mm 함포사격 한방에 해군 고속정 조타실이 불바다가 됐다. 그 자리에 있다가 중상당한 한 준사관은 “전우의 머리가 날아 가기도 했다”고 온통 피투성이 시신으로 얼룩진 참담한 현장을 증언했다. 고속정과 경비정의 싸움은 게임이 안된다. 고속정이 훨씬 우월하다. 게다가 우리측 함포는 자동식인데 비해 북측은 수동식이다. 수동식은 파도를 타므로 명중률이 아주 낮다. 조준이 어렵다. 이런데도 우리측
해군 고속정 조타실이 저들의 수동식 함포 한방으로 박살이 났다. 일발필살의 정조준에 의한 계획적인 도발의도가 없고서는 절대로 불가능하다.
우리 해군은 당하기만 한다지만 선제공격을 가해오면 당할 수밖에 없게 돼 있다. 우선 고속정장은 현장 교전권이 없다. 대응사격 외엔 불가하다. 이나마 고방송∼경고사격∼사격 순서로 적의 선제공격 성공률이 90%이상인 거리에 이르러 비로소 가능하게 돼있다. 먼저 당하기 십상이다. 유엔사령관이 정한 ‘해상교전규칙’이 이렇게 됐다.
북측의 서해교전 도발은 의도적인 게 자명하다. 그런데도 “남조선이 먼저 공격을 가해 부득이 자위조치를 취했다”며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말한다. 6·25남침을 아직도 북침이라고 거짓말 해대는 판이니 상투적 적반하장은 그렇다 치고 왜 그랬느냐가 무척 중요하다. 3년전 연평해전의 패배에 대한 보복이라는 관점이 있다. 북방한계선(NLL)의 무력화 의도로도 본다. 월드컵축구대회에 재뿌리기로 보는 눈도 있다.
다 이유가 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곁가지 이유는 될수 있어도 본가지 이유는 아닌 것 같다. 그보다는 군 강경파의 의도적 긴장 조성의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모든 생산고를 군비강화에 최대역점을 두어왔다. ‘현대화 무기를 고철로 만들려고 강화했느냐’는 건 군 강경파가 오래 전부터 쏟아온 불만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한국 대 이탈리아 8강전을 녹화방송케 하고 남북축구경기가 예정된 마당에 발발한 서해 도발행위는 북측 내부에 뭔가 범상치 않은 기류가 있음을 감지케 한다. 통일이 아무리 민족의 숙원이지만 무력통일을 배격한다. 평화를 원한다. 국지전도 평화를 파괴한다. 또 평화는 힘이 있어야 지켜진다.
한·터키전에 응원하러 서울 광화문에 몰렸던 젊은이들이 우리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에게 바치는 노래로 ‘아리랑’을 부르고, ‘오∼필승 코리아’를 ‘오∼피스 코리아’로 부르며 전몰장병의 묵념을 올렸다는 보도는 W세대의 의식이 미더워서 새삼 마음 든든하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