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달 말에 발표한 공적자금 상환 대책을 보면 저절로 화가 난다. 국민들이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에 정신이 팔려있는 동안 정부는 공적자금문제를 얼렁뚱땅 발표하여 적당히 넘어가라고 하고 있다. 더구나 정부는 도대체 국민들을 무엇으로 알고 있기에 수십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일방적으로 부담시키려고 하는지 화가 난다. 서민들은 시장에서 단돈 몇려백원을 가지고도 때로는 상인들과 승강이를 벌이고
있는데, 천문학적 액수의 공적자금을 국민부담으로 지우고도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국민들을 무시한 처사인가.
발표에 의하면 지금까지 투입된 공적자금이 156조원이고 이중 회수 불가능한 것이 69조원이라고 한다. 정부는 회수 불가능 액수를 금융기관과 국민들에게 분담토록 할 방침이라고 하였는데, 이것이 과연 어떤 기준과 원칙에 의하여 분담시키려고 하는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은 공적자금을 어떻게 사용하였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있는데, 국민 1인당 140여만원씩 부담한다고 하면 이는 분명 잘못된 처사이다.
정부는 그동안 공적자금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추가 공적자금은 필요치 않을 것이라고 큰소리치고 또한 앞으로 회수할 것이기 때문에 국민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하였는데, 이제와서 수십조원에 달하는 상환불능의 공적자금 규모를 발표하면서 국민부담으로 넘기려는 처사는 이해할 수 없다. 사실 정부는 지금까지 공적자금의 규모나 운용 상황에 대하여 제대로 국민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우선 정부는 회수 불능의 공적자금에 대하여 책임소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지금까지 공적자금 운용에 대하여 특별히 책임소재를 밝힌 경우가 없다. 공적자금운용은 관련부처에서 기안되어 운용되었음에도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공적자금이 어떤 경로를 통하여 운용되고 왜 손실이 났는지 소상하게 밝히고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회는 국정조사를 해서라도 공적자금에 대한 실상을
국민들에게 밝혀야 한다. 특히 공적자금 투입의 원인을 제공한 부실기업주와 금융기관에 대한 책임은 철저하게 추궁해야 한다. 공적자금 한 푼도 만져보지 못한 국민들에게 무조건 부담을 지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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