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21·울산 현대)는 이번 월드컵에서 교체 투입을 포함, 폴란드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터키와의 3·4위전까지 한국의 7경기에 모두 나서 득점, 어시스트 등 공격포인트를 하나도 올리지 못하는 성적표를 남겼다.
그러나 한국이 4강신화를 일구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데 이천수도 한 몫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드필드에서의 강한 압박, 몸을 사리지 않는 저돌적인 플레이, 스피드를 이용한 측면 돌파가 한국축구의 상징이라면 이천수는 이에 부합하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교체 또는 선발 출장, 총알같은 스피드로 상대 진영을 헤집으면서 공격의 물꼬를 텄고 수세 때는 상대 윙백 또는 날개공격수에 압박을 걸어 한국 수비들이 대열을 정비하도록 시간을 벌었다.
특히 빠른 발을 이용한 드리블은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대목이다.
이천수는 생애 처음인 이번 월드컵에서 비록 골맛을 보지는 못했지만 전세계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기량을 십분발휘,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한국축구의 발전을 가속화할 ‘젊은 피’ 중 하나인 이천수는 최태욱(안양 LG)과 인천 부평고 동기동창으로 172cm, 62kg의 갸냘픈 체구임에도 볼다툼에서 지지 않고 대표팀 체력테스트에서 거의 수위를 차지할 정도로 무쇠체력은 그만의 자랑이다.
청소년, 올림픽 대표 등 엘리트코스를 밟다가 시드니올림픽에서의 부진으로 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지난해 8월 대표팀의 유럽전지훈련 때 히딩크호에 합류한 이후 측면공격수의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이천수는 밋밋하고 정확도가 떨어졌던 센터링을 동료 공격수가 머리나 발로 골로 연결할수 있도록 더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하고 개인플레이는 가능한 한 지양하면서 팀플레이를 몸에 익혀야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빅리그 진출 등은 지켜봐야 하겠지만 경험을 더 축적하면서 미숙했던 점을 보완한다면 대형 선수로 성장할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황선학기자 hwangp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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