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최태욱
“15분의 영광…2006년에는 내가 선봉에 선다.”지난 6월 29일 월드컵 마지막 경기인 터키와의 3∼4위전에서 줄곧 벤치를 지켰던 최태욱(21·안양 LG)은 고대하던 출격 사인을 받고 그라운드에 섰으나 단 15분은 그동안 벤치신세의 아쉬움을 날려버릴 만큼 충분한 기회가 되지못했다.
100m를 11초에 주파하는 빠른 발과 지칠줄 모르는 체력을 겸비한 최태욱은 히딩크 감독의 총애를 받는 ‘젊은 피’ 중 하나였다.
더욱이 그는 좌우를 가리지 않고 날렵한 측면 돌파와 위협인 센터링이 장기이며 때론 중앙 미드필드에서 자로잰 듯한 패스로 공격의 물꼬를 트고 수비에도 적극 가담하는 ‘멀티플레이어’ 중 한명이다.
173㎝, 66㎏으로 다소 왜소하고 경험도 적지만 힘과 패기를 갖춘데다 지난해 11월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과 지난 4월 코스타리카전에서 1골씩을 넣는 등 간간이 득점력도 과시했다.
이천수(울산 현대)와 인천 부평고 재학 시절부터 ‘찰떡궁합’을 보였던 그의 뛰어난 측면플레이는 ‘左천수 右태욱’이라는 수식어를 낳기도 했다.
94년 인천 만수북초등교 때 차범근 축구대상을 수상, ‘될성부른 나무’로 지목됐던 그는 청소년대표, 올림픽대표 등 엘리트 코스를 두루 거친 선수.
99년 이천수와 함께 부평고의 3관왕을 이끈 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이듬해 안양 유니폼을 입은 최태욱은 그해 3월 아시안컵예선 몽골전에 출장, 2골을 뽑으며 화려하게 A매치에 데뷔했으나 프로에서는 최용수 등 선배들에 가려 큰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던 최태욱에게 서광이 비친것은 지난해 7월. 유럽원정을 앞두고 스피드와 체력을 겸비한 새 인물을 찾던 히딩크의 눈에 띄어 다시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히딩크 감독의 주문과 기대에 부응, 지난해 유럽원정 최고의 수확으로 평가받던 최태욱은 10월 올림픽상비군과의 경기에서 2골 1도움으로 활약했고, 이어 크로아티아와의 1차평가전에서도 1골을 터뜨리며 팀의 2대0 승리를 이끌어 감독의 신뢰를 쌓았다.
그러나 지난 1월 골드컵을 전후해 왼쪽 아킬레스건과 오른쪽 발목을 잇따라 다쳐 슬럼프에 빠졌던 최태욱은 이 여파로 박지성과의 오른쪽 공격수 경쟁에서 한 발 뒤진데다 허리부상까지 겹쳐 월드컵 기간 중 4강전까지 히딩크 감독의 콜사인을 받지는 못했다.
주전 선수들이 원없이 기량을 뽐낸 이번 월드컵에서 단 15분밖에 뛰지 못한 최태욱의 아쉬움은 분명 그가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황선학기자 hwangp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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