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재·보선공천

정치권이 그동안 식물국회니 또는 무노동·무임금이니 하는 호된 비판만 받더니 이제 국민의 소리는 듣지도 않고 무시할 모양이다. 너무도 오랫동안 국회를 열지 않고 있다보니 국민들의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는 것 같다. 앞으로 한달 남은 8월8일 재보궐선거를 두고 정치권에서 전개되고 있는 양상을 보면 정치개혁이 아니라 정치퇴보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다.

오는 8월8일 도내 광명시를 비롯하여 하남, 안성 그리고 인천에서는 서구·강화을에서 재보선이 실시된다. 전국적으로 종로를 비롯하여 모두 12곳에서 실시되는 재·보선은 오는 12월 대선 때문에 각 당에서는 총력을 경주하고 있어 지방선거 못지 않은 열전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민주당의 경우,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재·보선의 배수진을 치고 선거결과에 따라 재신임 여부를 묻겠다고 하여 더욱 더 치열한 선거전이 될 것 같다.

각 당이 선거전에 승리하기 위해 자질있는 후보자를 공천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자질있는 후보자라면 다른 곳에서 영입하여 공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각 당은 오직 선거에서 승리라는 목표 아래 지역연고도 없이 지역여론을 무시하고 무조건 이름이 알려진 구정치인이나 공천하려고 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의 경우, 지구당에 의한 상향식 공천을 실시하지 않고 하향식 공천을 하겠다고 한다. 국민경선이라는 상향식 공천절차를 통하여 대통령 후보를 선출한 민주당이 상향식을 없애고 하향식으로 하겠다고 하니 이는 거꾸로 가는 정치후퇴가 아닌가. 국민과 당원에게 공천권을 주어 민주정당을 발전시켜야 된다는 국민적 소망을 말살하는 구태의연한 정치의식에 실망치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도 하향식 공천을 하려는 입장은 민주당과 비슷한 것 같다. 철새같이 선거때만 되면 공천을 받기 위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인사들을 중앙당에서 공천해서는 되겠는가. 지난 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국민경선제도를 실시하여 모처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여 가는 중인데 이제 정치시계를 또 거꾸로 되돌리려고 하면 언제 민주정치가 되겠는가. 국회의원 공천권을 당원과 국민에게 줌으로써 대통령후보

국민경선에서 보여준 민주정당의 의연한 모습을 다시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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