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의회 의장에 무소속 의원이 선출된 것은 이색적이고 고무적인 일이다. 이제까지 우리 정치를 지배해온 중앙 일변도의 하향식 정당운영이 허물어지고 지방도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면서 지방정치가 홀로서기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8일 개원한 수원시의회 의장단 선거에서 다수당인 한나라당의 내정자를 물리치고 무소속 의원이 당선된 것은 기성 정치에 던져준 신선한 충격이다.
우리가 그동안 막대한 비용을 들이면서 지방자치제를 실시하는 것은 주민을 위한, 주민에 의한, 주민의 정치가 민주주의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었다. 권력의 중앙집중화를 막고 획일화된 중앙지시에서 벗어나 지방사정에 따른 행정의 다양화를 추구하자는 뜻이다. 그리고 주민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를 걸러내 스스로 처리하는 능력을 키우고자 함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역시 도내 상당수 기초의회가 원(院)을 구성하는 기초단계인 의장단 선출부터 중앙당이 직접개입하여 후보를 내정한 것은 지자제의 본뜻과 배치되는 것은 두말할나위 없다. 그동안 파행적인 정당정치에 신물이 난 국민들은 지방의회만이라도 중앙당의 지시에 얽매이지 않고 주민의 의사에 따라 의원들이 마음대로 찬반을 표명할 수 있는 자유투표제가 허용되는 정당색의 배제를 바라온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지방의회까지 의장단을 내정하는 등 인사를 통해 철저히 손아귀에 넣겠다는 것은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 것이다.
앞으로 지방의회가 제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의심케 할 뿐 아니라 지방정치의 지방화가 아니라 중앙정치의 하부(下部)구조화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다. 중앙당으로부터 내정받은 의장 후보자가 당선될 경우 그 의장은 의회운영에서 그 지방의 여론보다는 중앙당의 지시를 받거나 눈치를 보게될 가능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중앙당의 영향력안에 들어갈 경우 의회운영도 정쟁이나 파벌싸움에 휘말려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다행히 수원시의회 초선의원들이 다수당이 좌지우지하던 이제까지의 관행을 깨고 후보자들로부터 소견을 듣고 자율적으로 의장을 뽑은 것은 앞으로 지방자치를 위해 희망적이며 신선한 이변이다.
중앙정치권은 수원시의회의 사례를 계기로 지방자치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독선적이며 권위주의적인 행태를 지양해야 한다. 중앙당이 기초의원 후보를 내천하는 것 자체가 못마땅한 일인데 의장단 선출까지 자율에 맡기지 않고 간섭하는 것은 두번 잘못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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