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회계비리 남의 일 아니다

미국이 회계비리로 흔들리고 있다. 지난 해 에너지산업체인 엔론사가 회계비리로 인하여 파산된 이후 최근 월드컴, 머크사 등 유수 기업들의 분식회계로 인하여 월스트리트를 강타하고 있다. 특정 기업의 주식가격을 올리기 위하여 잘못된 기업분석 보고서를 발표함으로써 기업의 신뢰성이 추락하여 미국에서 연일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부시 대통령까지 나서서 기업의 신뢰회복을 위한 각종 대책을 발표하고 있으나, 일부 투자자들은 1929년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상태라고 걱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월드컴은 38억달러를 과장하여 계상하였는데, 이번 머크샤는 무려 124억달러를 부풀렸으니 투자자들이 이제 미국 자본주의를 믿을 수 없을 것 같다. 부시 대통령은 회계개혁방안의 일환으로 연방회계감독위원회를 설치키로 하고 관련 사항에 대한 입법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투자자들의 신뢰는 쉽게 회복될 것 같지 않다. 특히 요즘같이 불황의 징조가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반응은 더욱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이런 회계비리가 발생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기업과 회계법인이 담합하여 기업의 실적을 부풀린 것이다. 기업으로서는 실적 악화가 주가를 하락시키기 때문에 회계법인에 실적 과장을 요구하게 되고 또한 회계법인은 기업의 요구를 들어줌으로써 더욱 많은 용역을 수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극히 비상식적인 일이 상식화된 형태가 오늘의 사태를 야기한 것이다.

더구나 기업경영에 어려움을 겪고있는 CEO들이 회계장부를 조작해서라도 주가를 올려놓음으로써 자신의 자리를 보존하려는 CEO들의 잘못된 욕심도 회계비리의 원인이다. 또한 최근 일반화되고 있는 CEO들의 스톡옵션도 문제이다. CEO들은 회사는 망하더라도 스톡옵션으로 한몫 챙기려는 생각 때문에 회계비리에 공범이 되고 있다.

미국의 회계비리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나라가 수년전 IMF사태를 맞은 것도 기업의 회계비리와 관련된 것이며, 대우사태 역시 분식회계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다. 그후 관련부처에서 기업과 회계법인에 대한 감독강화로 인하여 다소 개선되기는 하였으나, 철저한 감시체제가 되어 있는 미국에서조차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을 보면 결코 방심할 수 없다. 정부·기업·회계법인 모두의 철저한 재검증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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