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 왜 바꿨나

어제 단행된 7·11개각은 국정쇄신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성총리를 발탁했다는 의미를 제외하고는 장관급 7명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1명을 바꾼 이번 개각에서 인사권자의 새롭고 획기적인 흔적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거국 중립내각 구성에 대한 요구와 필요성이 제기되어온 상황을 감안하면 호남출신의 김정길 전 법무장관을 다시 기용하고 이근식 행자부장관을 유임시킨 것은 중립내각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저버린 인사다. 김대중 대통령의 마지막 개각이 될 새진용의 면모에서 개혁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청와대측은 여성총리를 비롯해 50대 전문가를 기용함으로써 내각의 탈정치와 국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김대중대통령의 임기가 불과 7개월 남짓 남아있는 상황에서 이번 내각이 기능과 업무추진면에서 상당한 제한을 안게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첫 여성총리의 지명 의미는 삭감될 수 밖에 없다. 정치색이 없는 여성총리의 참신성에도 불구 그가 공직사회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내각 장악력과 행정수행능력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정권 임기말을 맞아 정치권 줄대기 등 공직사회의 동요와 부처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릴 수 있는 상황에서 학자출신 총리가 국가운영의 조정력을 얼마만큼 발휘할 수 있을지도 의문점으로 남는다.

그러나 이번 개각에서 무엇보다 국민을 크게 실망시킨 것은 송정호 법무장관의 경질이다. 대과없이 장관직을 수행하는 것으로 평가받아온 법무장관을 6개월여만에 경질한 것을 두고 설왕설래하고 있으나 그 본질은 정치권력의 검찰권 장악 의도가 여전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송 전법무장관은 청와대로부터 대통령 차남 홍업씨에 대한 수사 중단 압력을 받았으나 이를 물리쳤다는 소문과 함께 경질성이 나돌았었다. 헛소문이기를 바랐던 국민들은 이것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그저 놀라울 뿐이다.

청와대의 압력으로 비롯된 갈등설이 파다한 터에 후임에 역시 호남출신을 기용한 것은 검찰총장을 다른 방법으로 견제하고 장악하려는 권력관리의 의도가 아닌가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장관이나 총장 중 하나라도 지역연고가 같은 사람을 기용하려는 풍토에서는 검찰권의 독립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이번 개각이 권력형 비리와 서해교전 사태로 악화된 민심을 어떻게 추스르게 될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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