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호 전(법무) 장관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두 아들이 구속됐다면 주무장관으로서 ‘면목없다’며 물러나는 게 동양적인 가치관에 맞는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청와대는 특히 송전장관이 “싸워 죽는 것은 쉬우나 길을 내줄수 없다”는 퇴임사를 한 데 대해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이상의 일부 언론 보도 내용은 실로 놀랍다. 송전법무의 경질을 보복성으로 보는 세간의 시각을 청와대 스스로가 인정하는 거나 다름이 없다. 도대체 김대중 대통령의 두 아들이 구속된 것을 두고 왜 법무부장관이 대통령에게 면목없어야 한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 그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청와대 사람은 동양적 가치관을 말했다. 두 아들의 권력형 비리는 아버지의 잘못이다. 윗사람이 아버지로서 불민하여 아랫사람에게 차마 못할 일을 하게 했으면 윗사람이 미안하게 여기는게 오히려 동양적 가치관이라고 믿는다. 이 경우,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게 참다운 동양적 공직관으로 안다. 국민들이 그런 모습을 보았다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마지못한 것이 아닌 충정어린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되레 법무부장관이 면목없어야 한다는 이유는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청와대측의 선처 압력설이 무성했다. 청와대는 압력설을 부인, 상황을 알아본 것 뿐이라고 말했지만 어떻든 두 아들을 구속시킨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은 유감이다.
송전법무의 퇴임사는 임진왜란 때 동래부사 송상현이 길을 내줄 것을 요구한 왜장을 호통 쳤던 기개높은 말이다. 송전법무의 경질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내 이명재 검찰총장이 굳이 임기내 사표를 냈던(물론 반려됐지만) 전후 사정을 보면 송전법무의 퇴임사는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다 아는바와 같이 대통령의 두 아들은 가지가지 이권에 개입하면서 수십억원을 받아 들였다. 둘째 아들은 세탁용 뭉칫돈을 아파트 베란다에 숨겨놔야 했을 정도였다. 검찰이 이에 두 아들을 구속하는 결단에 엄정 중립을 지킨 주무장관을 두고 비서실측은 업무장악력이 없다며 트집 잡더니 이젠 대통령에게 면목없어야 한다고 한다.
청와대 비서실은 국가의 공기구다. 대통령 개인의 사기구가 아니다. 이럼에도 공·사를 구별치 못하고 개인 집사로 전락하는 면모를 보이는 것은 보기에 심히 민망하다. 비서실이 집사실이 돼서는 남은 임기가 얼마 안된다 하여도 국정운영에 우려되는 점이 많다. 맹종이 능사가 아니다. 청와대 비서실은 뭣이 대통령을 올바르게 보필하는 지에 대해 냉정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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