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기자간담회

김대중 대통령이 어제 기자간담회를 자청, 국정 소신의 일단을 피력한 것은 결코 부정적일 수 없다. 국민을 의식하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웬만하면 흠 잡을 생각이 없는 것은 임기 말년에 굳이 그럴 이유가 없어서다. 이런 가운데나마 거론치 않을 수 없는 것은 아들들 일을 비롯한 몇가지 문제에 대통령의 인식이 미흡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우선 아들들 문제는 수차 거듭한 대국민 사과와 관련된다. 간담회 내용을 보면 대통령은 아들들 비리를 개인적 범법행위로 치부하는 것 같다. 정녕 그렇게 여긴다면 그 아버지의 대국민 사과는 공허하다. 두 아들들 비리는 안정남 전국세청장, 신승남 전검찰총장, 대통령의 처조카 이형택 전예금보험공사 전무 등이 연관됐다. 전·현 국가정보원장도 연루됐다. 대통령의 집안 살림꾼 이수동 전아태재단 상임이사도 관련이 깊다. 대통령 아버지를 등에 업은 권력형 비리인 것이다. 국기를 문란케 하였다.

이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이 그저 아들들의 단순 개인 비리로 한정하는 또 한번의 기자 간담회 사과는 몇번을 거듭해도 아무 의미가 없다. 이제와서 친인척 감시 강화를 말하는 것 역시 사후약방문이다. 감시기구가 없어서 친인척, 아들들 비리가 생긴건 아니다. 친인척 및 아들들에 대한 대통령의 관리의지가 빈약했던 게 근원적 원인이다.

말썽 많은 아태재단에 대해 어정쩡한 점을 보인건 유감이다. 아태재단 문제는 무슨 개편을 한다 해서 국민정서를 달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일해재단처럼 아태재단 역시 사회에 헌납, 대통령은 임기 후라도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 그래야 한다고 보는 것이 국민의 바람이다. 이러지 않는 아태재단은 대통령 재임기간의 재산 형성에 항상 의문이 동반할

것이다.

장상 총리서리의 사전 검증이 미흡한 것 또한 대통령의 책임이다. 미국 아들을 둔 어머니, 학력 허위기재 문제, 부동산 투기의혹 등을 사전 검증에서 파악하고도 지명한것인지 궁금하다. 대통령 말처럼 첫 여성총리의 의미를 부정하지 않는다. 문제는 하필이면 첫 여성총리 지명이 국정 경험도 없는 그런 의문투성이의 불안한 인물이냐는 데 있다. 향후 국정기조로 ‘포스트 월드컵’의 성공을 다짐하고 중립내각을 표방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원론적 수준이다. 하긴, 김대통령에게 더 기대하고 말 것도 없다. 남은 임기 7개월 동안에 더는 대과없는 국정의 안정적 운영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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