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외교가 관광인가

경실련이 지난 15대 국회의원 외교활동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의원 외교 70%가 외교 아닌 관광을 주로 한 것으로 나타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경실련이 국회사무처가 작성한 ‘국회의원 외교활동 현황’88건 중 41건을 입수하여 자료를 분석한 바에 의하면 의원 외교의 방문 목적이 불분명하거나 또는 사전에 준비가 부족하여 사실상 관광에 그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각국 의회와 맺은 의원친선협회의 활동, 각종 국제회의 참석, 그리고 정부가 직접 하기 어려운 문제를 의원 외교를 통하여 해결하는 사례가 많아 국회의원들의 의원 외교는 상당한 의미가 있으며 때로는 장려할 가치도 있다. 또한 외국을 방문하여 각종 입법자료를 수집할 기회를 갖는 것은 입법활동에 큰 도움이 되기에 의원 외교나 해외방문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경실련 분석 자료를 보면 이런 의원외교는 외교가 아니고 관광이기 때문에 아까운 국민의 혈세만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예를 들면 1997년 7월 스페인 등 남유럽에서 12일간 의원 외교를 한다는 명목으로 출발한 의원외교방문단은 7일 동안 남유럽이 아닌 북부 유럽에서 관광을 즐겼으며, 그나마 남은 5일중 단 하루만 해당 의회 관계자들을 만났을 뿐이라니 이것이 관광이 아니고 무엇인가. 또한 외국에서도 회의 참석보다는 한국공관장이나 주재 기업인들과의 오·만찬이나 골프 등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으니 오히려 민폐만 끼친 꼴이다.

의원들의 외유병은 오랜 고질병이다. 현재 국회가 개회중임에도 불구하고 휴가철이 되어서인지 많은 의원들이 공식 또는 비공식적 사유로 외유중에 있어 국회운영이 어렵다고 한다. 국회 원(院)구성이 안되고 또한 대통령 후보 경선 때문에 무려 5개월간이나 허송 세월끝에 겨우 국회를 정상화시켰는데 의원들의 외유로 국회운영이 어렵다면 참으로 한심하다.

국민의 혈세로 의원 외교를 빙자하여 관광이나 하는 잘못된 국회의원 행태는 고쳐져야 한다. 의원 외교 활동 자료는 언제든지 국민에게 공개되어 철저하게 평가받아야 한다. 외교활동 현황이 국가안전보장, 국방 등의 문제로 국가이익을 해칠 가능성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것이므로 공개해야 한다. 의원외교 활동이 관광이 아닌 참다운 국가이익을 위한 의원외교가 되도록 국회의원들의 각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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