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河
의무교육이 실시되면서 지금은 없어졌지만 국민(초등)학교 시절 사친회비를 제때 못내 학교에서 쫓겨나온 어린 학생들이 많았었다. 등교할 때 준비못한 사친회비를 가져오라고 학생들을 집으로 돌려 보냈으니 실로 야박한 시절이었다. 그 시절 초임 교사였던 한 50대는“ 학교(교장)에서 시키니까 학생들을 집으로 돌려 보냈다”면서 눈시울을 붉혔지만 아무튼 학교에 낼 돈을 준비하지 못하는 고통은 학부모는 물론 학생들에게도 여간한 게 아니었다.
사친회(師親會)는 아동·학생의 교육효과를 높이기 위해 부모와 교사가 상호 협력하는 교육적인 민간단체로 전신은 1897년 2월17일 미국의 버니(Birney, A.M)가 주도한 아동 교육·건강·급식 및 도덕생활의 향상을 목적으로 워싱턴에서 개최한 전국어머니회이다. 우리나라의 사친회는 종전의 후원회를 개편, 발족한 것으로 8·15 광복 후 학교가 심각한 운영난에 부닥쳤을 때 재정적 원조를 위하여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후원회를 조직하여 학교를 도왔다. 그러나 점차 시일이 경과됨에 따라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채 주로 학교운영 및 교사 후생을 위한 재정지원단체의 구실을 하게 됨으로써 때로는 모금단체적 성격을 띠기도 했다. 부정적인 비난여론이 높아 1962년 사친회는 해산됐지만 학교의 소요경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성회, 또는 육성회로 변형적으로 조직돼 집안이 가난한 학생들은 여전히 사친회비, 기성회비, 육성회비 등 월사금에 시달렸다.
지금 대학생들이 내는 납입금도 사친회비처럼 학교에 내는 돈이기는 마찬가지다. 예나 지금이나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등록금 때문에 고생한다. 그런데 장상(張裳) 국무총리 내정자가 이화여대 총장시절인 지난 2000년 상반기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던 학생회 간부들과 면담하면서 “라면 먹을 돈으로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겠느냐. 돈이 없으면 이대에 오지 말라”는 발언을 했다는 이야기가 이대 인터넷의 자유게시판에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돈이 없으면 교육의 기회도 가질 수 없다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총리가 되어선 안된다’는 장문의 글도 올라왔다고 한다. 이화여대 홍보실 관계자는 “장 지명자측과 통화한 결과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만일 사실이라면 대학총장, 교육부장관도 어렵다. 국무총리 자리는 더욱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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