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은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는 고질병이다. 행정당국의 무감각은 말할 것도 없고 사업주나 시설관리자들은 그들대로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대형사고를 당할 때마다 으레 강조해 온 것은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이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건과 부천 가스충전소 폭발사고 후에도 안전의식의 중요성을 외치며 안전점검을 해왔고 화성 씨랜드와 인천 호프집 화재참사를 겪은 후에도 그랬다.
그러나 그것은 그 때 뿐이었다. 안전의식은 아직도 미흡하다. 대입준비 학생들이 집단으로 생활하는 용인지역 기숙학원들의 안전불량 상태가 그 대표적 보기의 하나다. 학원생 8명이 숨지는 등 33명의 인명피해를 낸 광주 예지원 화재참사가 불과 1년전의 일이 아니던가. 그런데도 똑같은 성격의 위험 때문에 언제 또 참사를 당할지 모를 불안에 떨고 있는
것이다.
기숙사 바로 밑엔 대형 유류탱크가 있어 항상 화재 위험을 안고 있으며, 각층마다 배치된 소화기는 녹슬어 있지만 규정상 1년에 한차례 뿐인 소방서의 안전점검은 올들어 아직 실시되지 않았다. 군부대 막사형태로 25∼30명씩 기숙하는 방의 창문은 물론, 비상구도 자물쇠로 잠겨 있어 유사시에도 이용이 어려운 상태다. 밤 12시 이후엔 학생들의 이동을 통제하기 위해 복도로 통하는 문도 자물쇠로 잠가 놓는다. 일부 기숙학원은 정원을 10∼40명씩 초과했는데도 이를 확인한 교육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제반 법규를 어긴 기숙학원측은 물론, 이런 위규사항을 못본 체 하는 감독관청도 무책임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동안 숱한 대형 참사를 보고서도 재난의 무서움을 깨우치지 못하고 무신경 상태에 빠져있는 기숙학원 운영자와 교육청 당국이 한심스럽다.
소방당국도 할일을 제대로 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이제까지 어떻게 점검·지도해왔길래 기숙학원들이 이처럼 안전불량상태에 있게 되었는지 의아스럽다. 당국은 앞으로 점검을 엄격하게 실시하고 점검에서 적발된 시설들이 소방 및 각종 안전기준에 맞게 개선·보완했는지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조그마한 미비점이라도 눈감아 주거나 우물우물 넘기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된다. 재난을 당하고 나서 발구르며 후회할 것이 아니라 당국은 물론 국민 모두가 정신차려 부끄러운 인재를 당하지 않게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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