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엑스포시설 死藏말라

지난해 성공적으로 끝낸 세계 도자기엑스포장의 각종 시설이 활용되지 않고 방치·사장되고 있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84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80일간 내외국인 600만명이 관람한 엑스포는 이제까지 지자체가 벌여온 각종 문화행사 중 가장 큰 규모였던 만큼 시설 또한 최대 규모다. 이천 광주 여주 등 3개 시군 40여만평에 1천500억원을 들여 마련한 전시장과 다양한 체험공간 상품판매장 등 그 규모가 방대하다. 그럼에도 민선3기 출범이후 엑스포 조직위 기구개편 움직임과 함께 각종 사업에 대한 연속추진이 불투명해지면서 시설물이 활용되지 않고 9개월째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 도자기엑스포는 고려청자 조선조 백자 등 세계적으로 빼어난 도자기를 문화유산으로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수준급으로 열린 문화박람회였다는 점에서 민족의 자긍심을 드높여준 행사였다. 84개국에서 국보급 등 2천200여점의 도자기가 출품된 각종 전시회를 비롯한 다양한 학술발표회를 계기로 한국 도자산업이 미래산업으로 한단계 발돋움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우리의 도자문화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런 성과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각종 시설을 활용하는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한 것이다. 조직위원회측이 엑스포를 세계도자비엔날레로 계승해 격년제로 열기로 구상한 것도 그런 취지였을 것이다. 그런데 민선3기 출범이후 사업전체에 대한 재검토 작업이 진행되면서 시설활용 사업이 주춤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전통가마를 비롯, 곰방대 등 시설물을 사용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할 경우 훼손될 우려마저 있다.

경기도와 해당 지자체 등 관계기관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시설한 자산이 사장되지 않도록 활용방안을 속히 강구, 시행해야 한다. 우리는 현재 전국에서 약 700개의 문화행사를 갖고 있지만 세계에 내놓을 만한 지역축제를 갖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로 7년째 맞는 부산영화제 정도가 고작이다. 한국 도자산업의 중심인 경기도에서 열린 엑스포가 아무쪼록 격년제로 이어져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되도록 해야 한다. 문화관광상품이 미미한 우리 입장에선 더욱 그러하다. 경기도와 해당 지자체 및 조직위는 해마다 잡음이 끊이지 않는 광주비엔날레나, 1조4천억원을 쏟아 붓고도 무용지물이 돼버린 대전엑스포를 반면교사로 삼아 착실한 활용계획을 짜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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