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쌀 해결

재고쌀 해결

淸河

‘6·29 서해교전’직후부터 “남조선 군부의 계획적 도발”이라고 계속 목소리를 높이던 북한이 25일 오후 느닷없이(?) 전화통지문을 통해 “얼마전 서해 해상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무력충돌사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면서 북남 쌍방은 앞으로 이러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공동의 노력을 기울어야 할 것으로 간주한다”며 선심 쓰듯 남북장관급회담 개최를 제의해 왔다. 정부는 북한의 유감표명에 한껏 고무된 분위기이지만 또 이용당하는 느낌부터 앞선다. 그동안 북한은 도발사건 때 마다 형식적인 유감표시로 적당히 얼버무렸다. 1968년 1월21일의 ‘청와대 무장공비 침투’에 대해서는 4년이 지난 1972년 5월4일에야 김일성이 이후락 중앙정보부장과의 면담에서 “그것은 대단히 미안한 사건이었으며 우리 내부에서 생긴 좌익동맹분자들이 한 짓이지 결코 내 의사나 당의 의사가 아니다”라고 변명했다. ‘판문점 도끼만행사건(1976년 8월 18일)’도 “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에서 사건이 발생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는 김일성의 구두메세지를 군사정전위 북한측 수석대표가

유엔군사령관에게 전달한 정도다.

‘시아펙스호(대북지원선박) 인공기 강제 게양 사건(1995년 6월27일)’ 때도 전금철 베이징쌀회담 북측 수석대표가 “아래 일꾼들의 실무적 착오로 불미스런 일이 일어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 북한잠수함 동해안 침투사건(1996년 9월18일)’때엔 외교부 대변인이 방송을 통해 “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그러한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할 것 ”이라고 말했다. 사건 때 마다 ‘유감’만 표명했지 ‘사과’는 한번도 없었다. 6·25전쟁도 북침이라고 주장하는 북한이 사과를 할 리가 없다. 북한이 이번에 유감을 표명한 것은 무엇보다도 식량원조 등 경제적인 외부지원 확보가 절실해서일 것이다. 남한에서 남는 쌀을 사료로 쓰겠다는데 오죽 아깝고 다급했겠는가. 아니나 다를까, 김동태 농림부장관이 25일“북한이 유화제스처를 보낸만큼 재고 쌀을 가축사료로 처리하는 대신 대북지원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금방 반응을 나타냈다. 북한은 전화통지문 하나로 쌀 400만석을 공짜로 얻은 셈이다. 북한은 우리의 대처방안까지 미리 꿰뚫고 사건을 저지른다.그리고 계속 실리만 챙긴다.서해교전에서 전사한 장병들의 죽음이 더욱 안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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