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를 소홀히하는 선진문화는 없다. 문화가 발달된 나라일수록이 문화재를 소중히 한다. 프랑스는 조선조말 자기네 군대가 강탈해간 우리의 규장각 문헌을 아직껏 돌려주지 않고 있다. 그만큼 자기네 문화재 뿐만이 아니고 남의 나라 문화재도 소중히 한다. 프랑스 문화재 당국의 그같은 비협조적 태도는 심히 괘씸하지만 문화재에 대한 깊은 인식은 우리가 크게 배워야 할 점이다.
여주군 북내면 상교리 411 사적382호 고달사지에 있는 국보4호 부도가 도굴당해 훼손됐다는 보도가 있은지 한참 됐다. 이런데도 경찰 수사가 미진한 가운데 문화재관리청마저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아 심히 유감이다. 문화재당국이 현장 조사나 제대로 해봤는지 의심스럽다. 국보가 도굴당했으면 의당 도난품 회수도 있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급한 게 복원이다. 옥개석 등이 훼손된채 방치되면 더욱 손상되는데도
복원공사를 서둔다는 말 한마디 아직 듣지 못했다. 문화재관리청의 소임이 무엇인지 걱정된다.
도대체가 문화재 당국의 인식이 의문스러울 지경이다. 전국 곳곳의 비지정 문화재를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마구 갈아 엎어도 방관만 해온 게 문화재 당국이다. 이 때문인지 지정 문화재에 대한 훼손마저 둔감해졌다.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다. 역시 국보인 불국사 석가탑 도굴사건 때만 해도 당시의 문화재 당국인 문화재관리위원회는 도난품에 대한 깊은 관심과 함께 즉각 복원공사에 힘썼다. 이를위해 학계의 권위자들을 현장에 상주 시키다시피 했다. 이에 비해 문화재관리청으로 승격한 지금의 문화재 당국은 국보가 도굴·훼손당했는데도 아무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다. 복원공사와 더불어 고달사지 부도와 같은 외딴 지역의 국가문화재 관리에 화급히 특별대책을 강구해야 할 터인데도 보고만 있다. 예산이 필요하면 예산조치를 하고 관리에 지방위임이 필요하면 하루빨리 조치를 취하는 특단의 노력이 지금이라도 당장 추진돼야 한다.
통일 신라시대 경덕왕 23년(764년)에 건립된 고달사는 비록 폐사됐으나 고려땐 전국 삼원(三院)의 하나였을 만큼 유서 깊은 사찰이었다. 고달사지엔 국보인 부도 이외에도 원종대사 혜진탑비귀부 및 이수(보물6호), 원종대사 혜진탑(보물7호), 석불좌(보물8호), 쌍사자석등(보물 282호)등 많은 보물이 있다. 고달사지 일련의 문화재에 보호 및 관리대책이 강구되지 않으면 또 어떤 훼손이 있을지 알 수 없다. 소중한 문화재에
대한 문화재관리청의 깊은 인식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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