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이한 청와대측 반응

청와대의 장상 국무총리 지명동의안 부결에 대한 반응이 갈수록 괴이하다. 국회에서 부결된 당일의 반응부터 사회통념에 심히 거슬렸다. 김대중 대통령은 “능력과 식견을 갖춘 여성지도자인 장 총리지명자 인준이 통과되지 못한 것에 대해 애석함을 금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대변인이 전했다. 엊그제 국무회의에서는 “통절한 심정”이라면서 “참으로 애석하고 유감스런 일”이라고 대통령이 직접 논평했다. 대통령의 이런 생각은 국회를 보는 인식에 치명적 결함을 드러낸다. 국회에서 부결될 인물을 잘못 지명해 국정에 혼돈을 가져온 책임을 져야할 대통령이 국회의 부결을 탓하는 것은 국회를 평소 거수기로 여기지 않았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것도 그냥 표결한 것이 아니다. 헌정사상 초유의 인사청문회법에 의한 청문회를 거쳤다. 청문회 검증 결과로 나타난 부결 또한 100표 대 142표의 압도적인 표차를 드러냈다. 원의(院意)를 존중할 줄 모르는 대통령의 유감표명이야 말로 정말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국회가 이미 부정적 판단을 내린 사람을 두고 ‘능력과 식견’을 계속 우기는 것은 아집이다. 대통령의 생각이 여성 지명자이기 때문에 부결된 것으로 안다면 큰 착각이다. 다음 지명자가 또 여성이라도 좋다. 성별이 중요한 게 아니다. 도덕성을 갖춘 참다운 국정 수행능력의 소유자를 희망하는 것이다.

국무총리 궐위 역시 궐위의 연유가 어떻든 사고다. 정부조직법에 따른 총리대행 체제로 가야 한다. 그럼에도 청와대측은 ‘사고와 궐위는 다르다’며 대행 체제를 굳이 외면, 총리를 비어두고 있다. 이로 인한 국정 파행 책임을 마치 총리 임명 동의안을 부결한 국회쪽에 돌리려는 심산으로 까지 보이기도 한다.

법에 없는 서리와 법에 있는 대행은 완전히 다르다. 국무총리 서리가 비록 헌정의 관행이었다 할지라도 그 편법성에 위헌의 논란이 설득력있게 제기된 지금에 와서는 정부조직법에 따르는 것이 순리다. 뒤집어 말하면 국회 경시, 인사 아집의 독단이 42년만의 근래없는 총리 임명동의안 부결 사태를 가져왔다. 이런 생각들을 새삼 바꾸라고 말할 필요는 있을 것 같지 않다. 효험이 없을 것으로 보인지가 이미 오래이기 때문이다. 다만 국회를 원망하는듯한 잘못된 감정 노출 따윈 더 없기 바란다. 시급한 게 총리 재지명이다. 대통령은 하루빨리 내각의 안정을 기할 책임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밀실추천 보단 객관적 기초 검증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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