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미군의 재판권 포기다

여중생 2명이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사건의 원인이 검찰 조사결과 미군측이 주장해온 것과 일부 다른 사실로 밝혀진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은 여중생 사망사고의 주된 원인은 운전병과 관제병 사이의 통신장비 결함에 의한 통신 장애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관제병이 여중생을 발견하고 정지할 것을 운전병에 지시했으나 알아 듣지 못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운전병이 중대장과 교신하느라 관제병의 무선경고를 듣지 못했을뿐 통신장비에 문제가 없었다는 미군측의 발표를 뒤집는 것으로 이 사고와 관련, 전방 주시 태만과 함께 장비결함이라는 미군의 중대과실이 추가됐다. 검찰은 당시 운전병이 중대장과 교신하지 않은 사실과 통신장비에 이상이 있었음을 밝혔냄으로써 미군측 주장의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우리 검찰이 미군을 소환 직접조사한 점, 그리고 그 결과 사망 사고의 주된 원인을 밝혀내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불구, 핵심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재판권 관할을 둘러싼 한미간 논란의 불씨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미군측이 재판권을 포기할 수 있는 1차 시한이 7일이지만 그들은 ‘공무 중 발생한 사건에 대해 재판권을 포기하는 선례를 만들 수 없다’며 재판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군측은 뭘 모르고 하는 말이다. 명분없는 억지 주장이다. 이미 1957년 주일 미군사격장에서 일본인이 미군에 의해 숨진 총기사고에 대해 미군측이 재판권을 포기했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물론 한·미주둔군 지위협정(SOFA)규정은 미군이 공무 중 저지른 범죄에 대해 한국정부가 재판권 포기를 요청할 수 있으나 미군측에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협정은 재판권 포기 요청을 한 국가에 대해 호의적 고려를 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법적 기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군측이 한·미우호관계를 고려하고 사안의 심각성을 인정한다면 이 조항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단지 미군측이 ‘선례를 만들 수 없다’운운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 꽃다운 여중생 2명의 사망사건은 한국민의 큰 관심사다. 우리가 재판권을 요청하는 것은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과실에 대한 합당한 처벌을 내리기 위한 노력임을 미군측은 이해해야 한다. 미군측의 심사숙고와 결단을 기대한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