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하고 주말에는 떠나자’. 다른 나라 얘기로만 들려졌던 ‘주 5일 근무시대’가 우리나라에도 비록 부분적이지만 열리기 시작했다. 주 5일 근무제가 세계적인 추세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한주간 업무에 시달렸던 월급쟁이들에게는 주말의 이틀간 휴무가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청량제와도 같다. 은행들의 전면 시행과 자치단체 공무원들의 단계적 시행, 일부 기업들의 자체적인 주 5일 근무제 시행으로 직장인들에게는 여가 시간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이에 경기일보는 창간 14주년을 맞아 주 5일 근무제 시행으로 활짝 열린 ‘레저시대’를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편집자>
주 5일제 근무제도가 점차 확산되면서 개인적인 선호도, 경제적인 여유와 생활환경 등 다소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여행과 레저를 즐기려는 인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1천62명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 늘어난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내시겠습니까’라는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7.8%(826명)가 여행 또는 스포츠·레저활동으로 보내겠다고 답했다.
이는 앞으로 주 5일 근무제에 따른 레저·여행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이와 관련된 산업이 번창할 것임을 나타내주고 있다.
◇레저시장의 확대
본격적인 ‘주 5일 근무 시대’가 열리면 국내 레저시장의 규모는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여진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최근에 발표한 ‘주 5일 근무제 실시에 따른 레저시장 성장전망’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약 15조원에 불과했던 국내 레저시장은 주 5일 근무제가 확대 시행되면 2004년에는 21조2천억원으로 늘어나고 2006년에는 29조1천억원, 2010년에는 35조5천억원으로 계속 급성장 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분석은 “가계에 차지하는 레저부문 지출(교양오락비, 외식비 등) 증가율과 주 5일 근무제 시행에 따른 여가시간 증가전망 등을 근거로 산출됐다”고 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은 밝혔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레저비용의 지출은 2000년 2.88%에서 2010년 4.94%로, 그리고 1인당 연간 레저비는 2000년 31만7천원에서 2010년 81만5천원으로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000년 정확하게 14조8천800억원의 레저시장 가운데 경마, 경륜, 카지노 등 사행산업의 시장규모가 6조1천500억원으로 전체 레저시장의 41.4%를 차지, 부문별 시장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골프산업(1조7천억원)으로 전체의 11.4%를 차지했고, 이어 놀이공원 등 테마파크 시장(3천700억원), 콘도미니엄(1천700억원), 스키(1천300억원) 등의 순이다.
주 5일 근무제가 전면 시행되면 국내 레저업체들의 경영수지는 20∼30% 정도 개선될 것으로 레저업체들은 기대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주 5일 근무제 실시후 레저산업의 경영수지 개선효과 분석에 따르면 대도시 근교에 있는 레저업체들은 주 5일 근무제가 본격 실시되면 2003년에는 약 20%, 대도시와 떨어져 있는 원거리 레저업체의 경영실적은 30% 정도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여행 패턴의 다양화
토요일 휴무로 인해 주말의 여행패턴에 상당한 변화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여행기간을 길게는 금요일 퇴근 후 떠나 월요일 출근을 앞두고 도착하는 3박 여행일정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토요일 아침에 떠나 일요일 밤에 도착하는 꽉찬 1박2일 일정이라면 낙도를 제외한 국내 어느 곳이라도 시간적 여유를 갖고 다녀올 수 있게 된다.
우선 국내 여행에서는 비교적 장거리로 여겨지고 있는 섬여행이 활성화 될 것으로 보여지며, 등산도 당일 산행에서 1박2일 또는 2박3일의 산행이 가능하게 됐다.
은행원 이영수(41·군포시 산본동)씨는 “5일 근무제가 시행되기 이전에는 휴가를 내지 않고는 1박 이상의 여행은 엄두도 못냈는 데 휴무가 하루 늘면서 지난 달에는 남해안 외도로 섬여행을 다녀왔다”며 “주말마다 다양한 여가를 즐길 수 있어 가족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최근 토요일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토요여행’이 일부 여행사에서 선보인 것도 주 5일 근무제에 따른 여행패턴 변화중의 하나다. 토요일 아침에 떠나 당일 밤에 돌아오고 일요일은 다음날 출근을 위해 집에서 하루 쉬는 일정이 바로 토요여행의 핵심.
외국으로 떠나는 일정도 길고 지역도 다양화 될것이 분명하다. 현재 시중에 선보인 일본 도쿄 3일, 오사카·쿄토 3일, 괌 4일(매주 금요일 저녁 출발해 월요일 아침 도착), 사이판 4일, 홍콩 3일 등의 여행코스가 속속 선보이는 것은 바로 주 5일 근무제를 겨냥한 상품들이다.
그리고 일본, 중국, 동남아, 남태평양까지 권역도 다양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생활체육의 활성화
주 5일 근무제가 확대 시행되며 여행과 사행산업, 보는 스포츠인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등의 인구가 더욱 늘어나겠지만 이와 함께 여가시간을 이용해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생활체육 인구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여행과 골프, 스키 등 소위 고급 스포츠에 비해 경비가 저렴하면서도 자신의 체력과 건강을 다질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 바로 생활체육이기 때문이다.
생활체육은 원거리 이동을 하지 않고서도 집 근처의 체육공원이나 학교 운동장, 스포츠센터 등에서 운동으로 땀을 흘리며 가족 또는 이웃과의 유대를 돈독히 할 수 있다는 데서 직장인들의 동호인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 하루 2∼3시간의 운동만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생활체육이기 때문에 스포츠 관련 업계들은 벌써부터 전문강사의 충원과 시설 확충 등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이후 불기 시작한 생활체육은 그동안 생활체육 단체나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생활체육으로 이어져 왔으나 주 5일 근무제가 전면 확산되면 동호회 중심의 자발적인 활동이 정착 될것으로 보여진다.
경기대 스포츠과학대학원의 최성애 교수는 “주 5일 근무제의 시행은 비단 직장인 뿐 아니라 유아에서부터 노인층에 이르기까지 온 가족이 함께 체육활동을 통해 건강과 우애를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로인해 레저산업의 활성화와 여행·생활체육계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제 주 5일 근무제의 시행은 여가 시간의 증가와 이에 따른 레저활동 확대로 사회와 가정문화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황선학기자 hwangpo@kgib.co.kr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