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흘 동안 평균 340여㎜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연천·포천 등 경기북부지역 주민들은 또 마음을 졸이며 아슬아슬한 임진강과 한탄강 수위를 바라보며 며칠밤을 뜬눈으로 새웠다. 남한강지역 주민들도 대피소동을 벌였다. 96년부터 연달아 침수피해를 입은 이들 지역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는 그 때마다 철저한 재발 방지를 위한 항구대책을 공언했지만 이번에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번 호우피해가 우려했던 것보다 적은것은 다행이긴 하다. 올 장마가 별 피해없이 지나간 이후 태풍 ‘간무리’가 엄청난 비를 몰고 왔지만 국지적인 집중호우여서 예년보다 피해가 적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번 비로 도내서 124가구 33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농경지 4500여㏊가 침수되는 등 23억원의 피해를 냈다.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수재에 할 말을 잃는다. 몇년째 기막힌 참상을 겪었으면서도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이다. 근본적인 수방대책은 커녕 지난해 수해 복구공사마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똑같은 피해가 되풀이 되었다.
이번에도 상습침수지역인 연천군 청산면 조성리와 왕징면 임진강변 두일리 일대가 또 침수된거나, 배수펌프장 공사를 끝내지 못한채 물에 잠긴 광명시 광명5동 주택가의 침수피해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피해복구를 해마다 수천억원씩 쏟아 붓고도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직무유기를 한
것이다.
거듭되는 물 난리에도 배수펌프조차 제때 설치하지 않고, 임진강 한탄강을 끼고 있는 지천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주민들이 해마다 침수불안으로 가슴을 졸이고 있으니 이토록 한심한 일도 없다. 폭우의 와중에도 의왕시장과 시흥시장 등 몇몇 지자체장들이 한가하게 휴가를 떠나고 자리를 비우고 있었던 것은 일선 시·군의 재난에 대한 대비태세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단적으로 드러내준 사례가 아니고 무엇인가.
본란은 이미 월드컵 경기전 장마에 대비, 철저한 수방대책을 촉구한 바 있으나 마이동풍격이었다. 이번 비는 주말까지 계속되리라 한다. 당국은 이제라도 끝내지 못한 수해복구공사를 서둘러야 함은 물론 대형공사장과 택지개발지 등 수해취약지역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특히 지역민과 환경단체의 의견이 분분한 임진강 수계 치수사업은 전문가들의 중지를 충분히 모아 항구적 대책으로 추진해야 한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