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참패, 그 이후…

민주당의 완패다. 13개선거구 가운데 민주당은 겨우 3개선거구, 나머지 10개선거구를 한나라당이 휩쓸었다. 수도권을 비롯해 한나라당의 완승으로 끝난 8·8재·보선 민심은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6·13 지방선거에 이은 또 한번의 민주당 참패는 당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됐다.

설상가상의 이같은 위기는 민주당 지도부가 자초하였다. 병풍공세는 되레 역효과로 분석된다. 신빙성을 잘 알수없는 이른바 증인 위주의 병풍공세는 다분히 흠집내기 정략으로 보였던 것 같다. 보여주지 못한 테이프설은 전에 불발로 끝난 설훈 테이프설을 연상케 했다. 민주당은 이미 5년전 병풍을 재탕 삼탕하면서 새로운 시도의 공략에 나섰으나 객관적 신뢰를 얻기엔 역시 역부족이었다. 지난 6·13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에 너무 표가 쏠린 것으로 여기기도 했던 일반적 사회정서의 반사 이익을 민주당이 챙기지 못한 건 부질없는 그같은 정치공세 탓으로 해석된다.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는 8·8재·보선에 혼신의 힘을 다해 뛰었다. 대선 전초전인 미니총선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참담한 패배는 노 후보에게 후보의 자리마저 의문시하게 됐다. 가뜩이나 신당설이 무성하다. 민주당의 분당, 즉 공중분해의 위기가 극복된다고 보기엔 지극히 어렵다.

앞으로 주목되는 것은 어떤 형태의 신당이냐 하는 점이다. 민주당이 노 후보 중심의 신당을 재창당 한다기 보다는 친노(親盧), 반노(反盧)로 분당될 것으로 보는 객관적 관측이 더 유력하다. 민주당이 새천년민주당으로 개편된 건 불과 수년 전이다. 그런 여당이 새천년 벽두에 명멸할 지경에 처했다. 돌이켜 보면 민주당의 뿌리는 평화민주당에서 시작됐다. 보스(DJ) 중심의 정당이 구심점(보스)을 잃고나면 중구난방이 되는 폐습을 또 한번 정당사에 기록하게 됐다.

김대중 대통령이 비록 탈당은 했으나 민주당은 여당을 자처했고 그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관측대로 민주당이 없어지고 나면 이 정부는 여소야대나마 원내 독자세력을 거의 잃게 된다. 친김대중 정치세력도 겉으로는 차별화를 표방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이제부터야 말로 명실공히 초당적 국정운영을 해야 할 것이다.

8·8 재·보선은 12월 대선에 지금으로서는 예측키 어려운 새 판도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오는 9월말까지 정치권은 빅뱅의 소용돌이가 일 전망이다. 대선을 앞둔 정계개편은 주로 야당에서 있어 왔던 것이 이젠 여당의 핵분열로 이는 특성을 보게 됐다. 여기서 유념되는 게 공작정치다. 공작정치에 의한 신당은 결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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