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신당창당추진위’를 구성, 창당 실무기구의 본격 가동에 나섰다. 외곽당을 만든 후 당대당 통합형식의 신당을 만들든, 백지상태에서 신당을 만들든 간에 새천년민주당 소멸은 이미 기정사실이 됐다. 신당 창당 과정에서 자민련이나 민국당, 또는 미래연합과 손을 잡든말든 간에 민주당은 어떻든 없어진다. 친노(親盧), 반노(反盧) 세력이 합치든 갈라서든 간에 민주당이 간판을 내리는 건 불가피하게 됐다. 이 마당에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의 선사퇴론이나 사실상 사퇴론은 의미가 있을 수 없다. 신당은 과거 국민회의가 새천년민주당으로 바뀐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민주당은 국민회의의 법통을 이었지만 신당은 민주당의 법통을 계승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이 해산되는 판에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만이 존재할 순 없다. 사퇴할 것도 사퇴로 볼 것도 없이 효력 자체가 상실된다. 창당 동의로 후보직 기득권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는 노후보측 관점은 공허한 자기 위안이다. 일이 이렇게 된덴 노 후보의 책임이 없다할 수 없다. 민주당 후보로 보인 독선과 돌출언행은 대통령 후보가 갖춰야 할 안정감과 신뢰성을 상실했다. 지방선거 및 재보선 참패, 수도권표 일탈 등 민심이반의 가속화가 더욱 심했다. DJ정권의 실정과 부패에 따른 민심이반을 다소나마 회복하기는 커녕 되레 심화시켰다.
그렇다고 민주당 주류측과 신당을 같이 한다고 보기에도 지극히 어렵다. 주류측은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 도입을 위한 개헌논의를 거의 공론화 해놓고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의 권력분산은 대선으로 공약화 할 수 있다’면서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힌바 있는 노 후보가 과연 말을 바꿀 것인지 주목된다. 설사, 입장을 바꾼다 할지라도 주류측과 융합이 얼마나 가능할 것인지는 두고볼 일이다. 비주류측은 말할 것 없고 주류측과도 가는 길이 다르게 된다면 마지막 카드는 독자노선의 신당일 수도 있다. 만약 그럴경우 그의 입에선 모종의 소리가 터져나올 것으로 보는 관측이 있다.
민주당의 분당, 신당 창당을 막자는 주장이 당내에서 제기되긴 했다. 그러나 그런 당위적 주장이 신당추진 대세에 묻혀버릴 수 밖에 없는게 오늘의 민주당이다. 합종연횡, 오월동주도 불사하는 신당 창당은 그래서 정치개혁은 고사하고 한국정치의 질을 더욱 떨어뜨린다. 명색이 여당의 대통령후보가 이처럼 진퇴유곡에 처한 예는 헌정사상 일찍이 없었다. 실정과 부패, 그리고 후보의 경솔한 처신의 결과가 얼마나 무서운가를 일깨워 준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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