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업 테이프는 판도라 상자다. 재앙의 근원인 판도라 상자는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다. 신(神)중에 가장 높은 제우스신은 나쁜 짓을 일삼는 인간세계를 응징키 위해 불을 몰수했다. 인간들은 생활에 큰 불편을 겪었을 뿐만이 아니라 위험에 처했다. 불을 두려워 했던 맹수들이 불을 잃은 인간을 마구 습격하였기 때문이다. 평소 제우스신에게 왕따 당한데 불만이 있었던 거인신 프로메테우스가 몰래 하늘로 올라갔다.
옷깃에 숨긴 산삼대를 태양신마차에 부벼 이윽고 옮겨 붙은 불씨를 지상의 인간들에게 주었다. 뒤늦게 이를 안 제우스신은 대노했다. 프로메테우스를 엄히 징계하고 인간세계에 중벌을 내린 것이 곧 판도라 상자다. 상자는 제우스신 특명으로 곱게 만든 판도라로 불리운 여인이 가지고 지상에 하강하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프로메테우스의 동생 에피메테우스의 아내가 된 판도라는 어느날 호기심을 못이겨 상자 뚜껑을 열고 말았다. 지진 번개 화재 등 온갖 재앙과 404가지 병마를 지닌 괴물들이 쏟아져나와 결국 인간세계에 퍼졌다.
김대업 테이프의 진위논란이 한창이다. 한나라당은 ‘조작됐다’, 민주당선 ‘사실이다’라며 공방을 벌인다. 이런 가운데 이른바 녹취 진술의 당사자로 꼽힌 사람은 ‘그런 말을 한적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전한다. 테이프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주장됐었다. 일도양단(一刀兩斷)을 낼만큼 딱 부러진 내용의 테이트 같으면 왜 진즉 내지 못했느냐 하는 의문이 없지 않았다.
미루적거리다가 낸 테이프란 게 결국 신빙성에 시비가 일고 있다. 이번에 검찰에 제출된 것은 여러개가 있다는 주장 중의 테이프 한개와 5∼6분 분량의 녹취록이다. 문제는 녹음된 음성의 진술 당사자 장본인 것이 맞는가, 맞다 하더라도 제3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투의 녹취가 아닌가에 달려 있다.
판도라의 상자다. 만약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불법으로 아들의 병역을 기피시켰다면 자신의 말대로 정계를 떠나야 한다. 반대로 민주당측의 공세가 사실이 아니면 한화갑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정계를 떠나야 한다. 그래서 김대업 테이프는 판도라 상자와 같다. 검찰의 테이프 감정 결과를 주목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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