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육의 앞날이 갈수록 우려스럽다. 고교 평준화 정책으로 야기된 학교교육의 붕괴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학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교육열이 겹쳐 교육현장을 더욱 일그러지게 하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 신도시의 고교배정 소동에 이은 이들 지역 학생들의 대거 서울전학 사태는 우리 교육이 중병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좋은 사례다.
교육계는 올 3월부터 고교 평준화가 수도권 신도시로 확대시행된 이후 고양지역에서만 10여개 고교에서 500여명의 학생이 서울 강남지역 학교로 전학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분당지역도 학교별로 10∼30명씩 서울소재 학교로 옮겼으며, 이런 전학 붐은 수원 영통과 평촌지역 학교에서도 일고 있다. 평준화 확대 직전인 지난해엔 수원·안양·부천·고양 등지에서 120∼370여명의 중학생들이 서울로 전학했다.
이같은 전학사태는 평준화 확대로 도내에 명문고교가 없어지자 불안해진 학생과 학부모가 대학진학률이 높은 학교를 찾아 나선 결과다. 이로 인해 이제까지 한 교실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이 몇명씩 빠져 나감으로써 수업분위기가 어수선해지는 것은 물론 남아있는 학생들이 느껴야 하는 위화감 역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1974년 서울과 부산에서 처음 도입된 고교 평준화의 명분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입시지옥에서 해방시키고 망국적 과외병을 없앤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28년이 지난 지금도 입시전쟁은 여전하고 과외병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수학능력이 천차만별인 학생들을 한 학교, 한 반에 뒤섞어 가르치다보니 학생들의 실력을 하향 평준화시킨 결과를 초래했다. 따라서 이제 고교 평준화는 적절한 개선과 보완이 필요하다. 학부모·학생들의 학교선택권과, 원하는 학생을 자율적으로 뽑을 학교의 권리를 존중하는 민주사회의 일반적 원칙면에서도 관(官)이 일방적으로 모든 학생에게 학교를 배정하는 행정은 시대착오적이다.
그런 점에서 국·공립은 계속 지금과 같은 평준화 방식을 유지하고 사립학교는 자율성을 부여하는 2원화 체제로 전환, 조화를 모색하는 방안도 가치있다고 본다. 자립형 자율사립고교를 단계적으로 확대, 적정선을 유지하게 되면 학업 우수학생들의 해외 조기유학 욕구나, 공교육 불신에 따른 사교육 열풍을 크게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무조건적 서울전학 사태도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당국은 이제 평준화 개선논의를 금기시 할 것이 아니라 각계의 의견을 들어 진취적으로 개선 보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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