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막가고 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연일 병풍 공방으로 영일이 없다. 벌써 두어달 된 병풍 공방으로 인하여 정치 본연의 기능이 정체됐다. 사태는 더욱 격화돼 매우 우려스럽다.
민주당은 병역비리 척결,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아들의 병역의혹 규명을 요구하는 1천만명 서명운동을 벌인다고 한다. 이에 한나라당은 김대중정권 퇴진 및 탄핵소추 발의를 추진할 태세다. 양당이 모두 이성을 잃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실정과 비정은 인정한다. 그러나 탄핵의 요건인 헌법과 법률을 현저히 위반한 증거는 아직 발견치 못하고 있다. 상당한 위반에 구체성이 없는 개연성만으로는 탄핵요건이 충족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연한 정권퇴진 요구는 또 헌정질서를 어지럽힌다는 비판을 사기 쉽다. 한나라당의 서명운동 역시 당치않다. 병역비리 척결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아들도 이에 예외일 순 없다. 민주당이 제기한 의문에 이 후보측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를 지나치게 정치공세로 악용하는 것은 생각해볼 일이다. 문제의 이정연씨 병역면제 과정은 지금 검찰에서 다각적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검찰수사가 진행중인 사건을 두고 민주당이 무슨 서명운동을 벌이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병풍을 둘러싼 민주·한나라당의 이전투구 싸움은 국민들을 식상케 한지 오래다. 병풍의혹은 이제 검찰에 맡겨야 한다. 민주당의 집요한 병풍공세는 대선의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만일 그렇다면 착각이다. 오히려 정치권에 대한 사회의 염증만 더할 뿐이다. 민주·한나라당이 정말 현명하다면 뭣이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길인가를 잘알아 판단해야 할 시점이다. 민주당의 서명운동이나 한나라당의 퇴진운동 같은 선동정치가 통할 수 있는 민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장외 투쟁은 어떤 연유로든 명분이 있을 수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기왕 임시국회는 그랬다 치더라도 오는 9월에 열릴 정기국회마저 마비되지 않을까 하여 심히 걱정된다. 민생법안이 산적해 있다. 남북관계에 국회의 기능이 또 있다. 이밖에도 국회가 할 일이 많은 터에 허구한 날 싸움질 뿐이니 불안할 지경이다. 정기국회는 회기가 대선과 맞물려 더욱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민주·한나라당 양당이 다 양비(兩非)를 면치 못하긴 하나, 민주당이 우선 자제하는 정치력을 보여야 할 것으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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