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펜싱사상 첫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안긴 ‘주부 검사’ 현희(25·경기도체육회)는 국제무대에 경험이 거의 없는 무명으로 뒤늦게 빛을 발하고 있는 ‘미완의 대기’.
수원 동성여중 1학년때 펜싱부 정갑훈 감독의 권유로 검을 잡기 시작한 현희는 수원 효원고와 한체대를 거치면서 꾸준한 활약을 펼쳤지만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었다.
청소년대표로 95∼96년에 스페인세계청소년대회와 자카르타 아시아청소년대회에 참가했으나 예선탈락에 그쳤고, 99년 광주서구청 소속 당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준우승, 4개월 가량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것이 대표경력의 전부.
당시 스페인유니버시아드를 비롯, 영국 입스위치챌린지, 헝가리 부다페스트월드컵, 스위스 취리히챌린지, 스페인월드컵, 벨기에 장퀴비옹월드컵 등에 출전했으나 성적은 줄곧 50위권 밖에 머물렀었다.
그러나 지난해 경기도체육회의 창단멤버로 입단한 현희는 한국이 전통적인 강세를 보이는 여자 에페 종목에서 그 해 11월 아시안게임대표 선발 관문을 1위로 통과해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다.
특히 지난해 12월 대학 1년 선배인 펜싱선수 정순조(26·익산시청)와 결혼한 뒤에도 신혼의 단꿈을 접고 주말부부 생활을 자청하며 훈련에 전념해 왔다.
국내 선수로는 비교적 큰 키(168㎝)와 긴 팔 등 펜싱선수로 최적의 신체조건을 갖췄지만 유럽세에 비교하면 단신으로 평가되고 있는 현희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장기인 콩트르 아타크(상대 공격을 되받아치는 공격)를 주로 가다듬어 이날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경기도체육회 이수길 코치(36)는 “현희는 순발력과 탄력이 뛰어난데다 칼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나 단신임에도 불구, 유럽의 장신 강호들을 모두 꺾을 수 있었다”며 “오른쪽 무릎이 좋지 않아 훈련을 지속적으로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황선학기자 hwangp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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