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감정

白山

군대에 입대할 때 면사무소에서 모이면 한 동네 사람끼리 어울리고 군청에 집합할 때는 한 면사람끼리 만나면 더 반가워했다. 도청에서 만나면 같은 군사람, 입대해서는 같은 도사람을 만나면 역시 더 반가워하곤 했다. 지금처럼 바로 입대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집합하여 입대할 적의 얘기다. 이것이 지역감정이다. 지역감정 자체가 나쁠 수는 없다. ‘고향 까치만 봐도 반갑다’는 옛말이 있다. 지역감정은 인간 본연의 원초적 정서다.

지역감정이란 말이 나쁜 말로 쓰이고 나쁜 말로 들리게 된 것은 지역감정을 악용한 정치인들 때문이다. 지역감정이 원초적 정서이긴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사리를 넘어설 수는 없다. 상대에 대한 지역감정에 따라 특정한 일을 두고 누구는 옳고 누군 그르다는 이중 잣대를 잴 수는 없다. 경우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디 출신이 대통령이 된들 민초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런데도 지역감정을 부추겼고 지금도 부추기고 있다. 이 바람에 국민들만 골탕먹고 있다.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잘가라, 지역감정’이란 길거리 공연이 시작된다고 한다. 이달 26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10월13일까지 49일에 걸쳐 전국 49개 도시의 순회공연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5t 트럭을 개조한 가설무대에서 펼치는 이 공연은 김원중 장사익 안치환 유익종씨 등 가수 40여명이 무료로 참여하고 지역에 따라 지방시인 등이 찬조출연 한다고 한다. “우리 세대의 해묵은 갈등인 지역감정을 온 국민이 나서 없애자는 뜻에서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했다. 공연을 기획한 김관수씨의 말이다. 그 노력과 의지가 고맙다. 전에도 지역감정 타파를 위한 영호남 교류 등 여러 행사가 적잖았다. 그래도 망국적 지역감정이 불식되지 않고 있다. ‘잘가라, 지역감정’ 주제의 순회공연에 큰 성과가 있을 것을 기대하고 싶다.

정치인들은 부끄럽게 알아야 한다. 예컨대 ‘○○군향우회’를 방불케 하는 권력라인은 해도 너무 한다. 그 부메랑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묻고 싶다. 그러나 정치권은 어떻든 우리 민초들부터가 지역감정의 미몽에서 이젠 깨어나야 한다. 반쪽자리 국토에서 도대체 지역감정이 뭐란 말인가. 이국 땅에서 동포를 만나면 그가 어느 지역출신이든 동족으로 반가운 마음, 그런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의 정치발전은 지역감정 타파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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