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전국을 강타한 태풍 ‘루사’가 한반도에 상륙할 무렵, 국회의장 공관은 김정길법무 해임건의안 저지를 위해 박관용 국회의장의 출근을 완력으로 막는 민주당 별동부대 의원들의 인질작전이 한창이었다. 이어 234회 정기국회가 열렸으나 정국은 계속 소모적 정쟁에 고착됐다. 내년도 예산안, 공적자금 국정조사, 김법무 해임안 재발의, 총리 임명동의안, 국정감사 등 예민한 정치권의 뇌관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남북관계 또한 국회에서 논의돼야 할 일이다. 이밖에 민생 법안역시 산적해 있다. 국회는 회기마저 100일에서 20일을 줄여 80일로 했다. 이런 판에 정치권은 언제까지 병풍공세, 탄핵공세로 회기를 또 낭비할 것인지 심히 걱정된다.
국민은 지금 말 못할 고초를 겪고있다. 웬만한 국토는 거의 도배하듯 황토화하다시피 한 ‘루사’의 피해로 곳곳에서 목불인견의 참경이 벌어지고 있다. 경북 김천, 강원 강릉 등 도시기능이 며칠째 마비된 지역이 허다하고 안방까지 덮친 홍수로 가재도구가 엉망인 가구가 수만가구에 이른다. 벼가 물에 잠겨 썩어가고 나무에 달린 과일보다 낙과가 더 많은 피해 농가의 한숨소리가 드높다. 적조에 겹쳐 태풍으로 가두리 양식장을 잃어버린 어민들은 바다만 바라본채 망연자실하고 있다. 최악의 불통사태를 겪은 고속도로, 간선철도가 아직도 제대로 복구되지 않아 국민생활의 불편이 막심할뿐만이 아니라 물류관리가 잘 안돼 추석물가가 크게 위협받는 지경이다. 130명이 넘는 사망, 실종자 가족들은 장례도 옳게 지내지 못하거나 행방을 알수 없는 시신을 찾지못해 하늘을 바라보며 통곡하고 있다.
정치권이 아무리 염치가 없다한들 이같은 국민들 고통속에 또 병풍타령, 탄핵엄포로 정쟁을 일삼겠나 했는데도 여전하다. 태풍은 ‘루사’에 그치지 않고 제16호 ‘신라쿠’가 최대풍속 초속 40m의 맹위를 떨치며 한반도를 향해 북상중이다. 대비가 시급하다. 기왕 당한 ‘루사’피해는 그렇다 치더라도 ‘신라쿠’마저 앉아서 당할 수는 없으며, 이에 정치권이 책임이 없다할수 없다.
여야는 소모적 정쟁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국민적 고통과 함께하고 국민적 불행을 덜어 주고자하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 정당은 국민과 함께 할 수 없을 것이다. 1957년 태풍 ‘사라’이후 최대 피해를 안겨준 ‘루사’의 강타에 이어 ‘신라쿠’위협에 또 직면해 있다. 정치권이 무엇을 어떻게 처신해야 할 것인가를 깊이 자성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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