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신당 창당이 노무현 신당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몽준 의원의 경선들러리 영입이 무산되자 이한동 전총리를 재경선 들러리로 섭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반노파의 후보사퇴요구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든 저러든 노무현 신당은 민주당의 대세로 굳어졌다. 민주당이 간판을 바꿔 단다고 해서 DJ와 그의 실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볼 관측은 별로 있을 것 같지 않다.
무엇보다 의문스런 것은 신당의 정체성이다. 신당은 일단은 이른바 ‘개혁성 보수’를 지향할 것이 확실하다. 보수로 포장한 진보 성향이다. 노무현 후보의 성향이 그렇기 때문이다. 예컨대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이라든지, 국유화 분배라든지 하는 것은 진보 성향의 이론이다. 노 후보의 과거 그같은 발언은 그의 말대로 수사법에 그치지 않는 이념의 토로다. 또 얼마전에는 범진보 세력의 신당 영입을 언급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보수와 진보의 차이는 변화에 대처하는 상대적 개념의 차이라고 말한다. EU 국가중 11개 나라가 좌파 정권이었던 것이 수년만에 5개로 준 우파 득세의 좌·우가 이런 개념에 속한다. 그러나 노 후보는 이 범주가 아닌 이념적 색깔이 진하다. 헌정회에서는 그를 가리켜 ‘시한폭탄’이라고 직접 들려준 적이 있다.
벌써부터 창당도 안된 신당의 당권 물밑 싸움이 한창이다. 대통령 후보야 이미 노 후보를 밀기로 한게 기정사실화 됐으므로 하나 남은 당권을 두고 각축전이 치열하다. 그러나 당권도 ‘노무현선대위’가 발족하면 허약해진다. 선대위 하부기능에 머문다. 만약에 노후보가 당선되면 당은 노무현 이념의 하수인으로 전락할 것이다. 마침내 ‘시한폭탄’이 터지는
것이다.
여기서 궁금한 것은 소위 당권 싸움을 벌이는 신당 중진을 비롯한 참여 정치인들의 성향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보수 정치인이 맞다면 진보 성향이 농후한 노무현 후보와의 관계 정립을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낡은 이념론을 내세운다고 말을 막아서는 안된다. 낡은 건 틀림이 없다. 그 낡은 것을 마치 새것처럼 무기화 삼으면서 그에 대한 추궁을 비방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만일 본란의 이같은 판단이 사실이 아니라면 노무현 신당은 모든 것을 미리 분명히 밝혀야 한다. 노 후보부터 보수와 진보의 개념을 구분한 자신의 노선 정리와 함께 참여 정치인들의 입장이 정리돼야 한다. 이러지 않는 노무현 신당은 그 정체성에 항상 의구심이 따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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