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兵風’과 검찰수사

병역비리를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사회지도층의 병역비리는 더욱 엄단돼야 한다.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의 두 아들에 대한 병역면제 관련의 논란은 제15대 대통령선거 당시에도 있었다. 벌써 5년전 일이다. 그랬던 게 몇달 전 이에 대한 의혹이 다시 제기될 때만 해도 그러는 가보다 했다. 의문이 있으면 역시 밝혀내는 게 마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생각이 달라진다. 검찰수사에 어떤 예단을 갖는 것은 물론 아니다. 더 지켜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수사를 보면 도대체 뭘하는 것인지 이해가 잘 안간다. 변죽만 요란할 뿐 딱 부러지게 무엇하나 밝혀낸 게 없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 조사했고 계좌도 수없이 추적했다. 두어달동안 이러했다. 그런데도 소리만 요란했지 나온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검찰수사가 무능하다고는 결코 믿지 않는데도 일이 이렇게 돌아가는 게 이상하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수사가 김모씨에게만 의존하는 듯한 인상부터가 심상치 않다.

가뜩이나 말이 많았다. 민주당 이해찬의원이 밝힌 검찰의 수사 요청설, 전담 부장인 서울지검 박모 부장검사의 지역 연고설 등이 있었다. 그래도 어떻든 혐의가 있으면 혐의만 밝혀내면 된다고 여겼다. 그런데도 수사는 여전하여 마치 수사를 위한 수사를 하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사회정서가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검찰수사가 정치권의 입방아 감이 돼서는 검찰의 권위를 위해서도 좋지않다. 검찰수사를 원용하는 민주당의 병풍공세, 한나라당의 받아치기 역공에 많은 국민들은 벌써 식상한지 오래다. 이의 원인을 따지면 비록 검찰의 본의는 그렇지 않더라도 병풍공세를 검찰이 제공하는 결과가 됐다. 이는 검찰을 신뢰하고자 하는 국민들에게 적잖은 상처를 준다고 보아 간과할 일이 못된다. 검찰수사가 정치권에서 정쟁 수단으로 더 이상 오르 내려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선 어떤 방향으로든 시급히 매듭을 지어야 한다. 수사 상황을 잘은 모르지만 세인에게 입으로 털사이를 불어가면서까지 이잡듯 흠집을 찾으려는 취모구자(吹毛求疵)식으로 하여 시일을 끄는 것처럼 보여서는 곤란하다. 만약 수사를 매듭 지을 단계가 아직 안되어 시일이 더 필요한 게 사실이라면 중간 수사 내용이라도 국민에게 발표하는 것이 좋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않음으로써 무작정 병풍(兵風)의 도구로 전락돼서는 안된다. 본란은 그동안 검찰수사를 지켜보면서 병풍 정쟁을 자제할 것을 수차 정치권에 촉구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게 아니다. 검찰 스스로가 어떤 단안을 내려야 할 때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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