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오아시스’

淸河

제59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이창동 감독과 여배우 문소리씨가 감독상·신인배우상을 수상한 ‘오아시스’는 뒤틀린 현실에서도 희망을 찾는 이야기다. 이 영화의 남녀 주인공은 사회에서 못난 이 취급을 받는 사람들이다. 형의 과실치사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감옥에 갔다온 종두(설경구)는 머리가 약간 모자라 가족조차 무시하는 사회부적응자다. 공주(문소리)는 그 피해자의 딸로 중증 뇌성마비 환자다. 사회부적응자와 신체적 장애만 있는 두 사람의 사랑의 감정과 그 표현은 보통사람과 다를 바 없다. 되레 절박하다. 그러나 종두와 공주의 주변인물과 관객은 처음 그들의 사랑을 받아 들이지 못한다. 설정부터 영화가 주는 환상과 감동을 거부한 ‘오아시스’는 현실을 소리 높여 비판하지 않는다.하지만 종두의 가족과 공주의 오빠 등을 통해 우리 사회에 도사린 편견과 계급의식, 이기주의를 때론 유머스럽게 나타낸다. 그것에 대한 반성이 있을 즈음, 관객은 주인공들과 소통하게 된다. 종두와 공주의 사랑이 아름다움을 알게 한다.

올해 48세의 이창동 감독은 국어교사를 하다가 1983년 소설가가 됐다. 1993년 ‘그 섬에 가고 싶다’의 각색과 조감독을 맡아 영화계에 뛰어 들었고 ‘초록물고기’(1997)와 ‘박하사탕’(2000)을 감독했다.이 세상 낙오자와 같은 사람들의 만남을 통해 사랑을 터득케한 세번째 감독작품 ‘오아시스’로 세계적인 감독이 됐다. 지난 5월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지 불과 3개월여 만에 세계 3대 영화제 가운데 하나인 베니스영화제서 감독상·신인배우상을 받은 것이다. 더욱이 국제비평가협회상·가톨릭비평가상·젊은영화비평가상까지 함께 수상했다.

여주인공역의 문소리씨는 두번째 출연한 작품에서‘월드 스타 ’가 됐다. 올해 28세다.문소리씨가 받은 상은 제59회 베니스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올해 처음 신설된 신인연기상으로 우리말로 번역하면 ‘최고의 젊은 배우에게 주는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상’이다. 마스트로얀니는 ‘해바라기’의 주연배우다. 문소리씨는 장애인 연기의 후유증으로 근육통증과 몸의 균형이 틀어지는 이상이 생겨 출국 직전까지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오아시스’는 한국의‘토속적’정취가 아닌 ‘예술영화’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것처럼 ‘오아시스’가 한국영화에 활력을 불어 넣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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